[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볼배합만 잘하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재목이 정말 많다.”

‘레전드’ 최경주(53·SK텔레콤)는 후배들과 경쟁하며 한국 남자 프로골프 선수들의 실력에 감탄했다. 공동집행위원장으로 나선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원)에서 나흘동안 후배들을 지켜본 최경주는 “샷도 좋고, 비거리도 엄청난 선수들이 많다. 세심하게 관찰하며 경쟁해보려했지만, 안되더라. 몸의 꼬임, 임팩트 순간의 힘, 폴로스루 때 버티는 근력 모두 후배들이 훨씬 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배합에 신경쓰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힘이 아닌 섬세함이 PGA투어 정상에 도전할 열쇠라는 의미다. 그는 “10여년 전에도 PGA투어에 엄청난 장타자들과 경쟁한적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100야드씩 차이났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이겼다”면서 “골프는 인내의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오픈에서 56번째 코리안투어 출전 만에 우승한 백석현(33·휴셈)은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보유했지만 퍼트 때문에 자신감을 크게 잃었다. 중학교 때부터 해외에서 거주한 탓에 아시안투어를 비롯한 해외투어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상대적으로 뻣뻣한 조선잔디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그는 “벤트그라스나 캔터키블루 등 양잔디에서는 자신감을 갖고 샷하는데, 국내 잔디에서는 원하는 샷을 구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SK텔레콤오픈으로 4년간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했으니, 경험을 쌓으면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최경주가 말한 ‘볼배합’은 넓은 의미로 보면 백석현의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프로 선수는 코스 레이팅과 잔디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샷을 구사한다. 드로우와 페이드 샷뿐만 아니라 그린 주변에서도 섬세한 볼컨트롤로 원하는 곳에 볼을 세워둔다. 코리안투어 베테랑 박상현(40·동아제약)은 “잔디 특성을 빨리 파악해 이에 맞는 샷을 할줄아는 게 중요하다. 디봇을 깊이 내지 않는 샷은 잔디 특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데, 이런 샷을 해보려다 오히려 스윙이 망가지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박상현은 “자기만의 골프를 정립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프로데뷔 13년 만에 감격적인 첫 우승을 따낸 백석현은 “올해는 국내투어에 집중한 뒤 연말 해외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잔디 적응을 마치면, 최경주가 말한 볼배합 폭도 훨씬 넓어진다. 완성도를 높이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재목이 많다는 최경주의 확신을 증명할 수도 있다. 백석현의 성장과 성공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또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골프는 인내와 싸움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