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전망이었다. 어느 때보다 젊은피의 비중이 컸던 투수진이 특히 그랬다. 이들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도 태극마크를 다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즌에 돌입하니 새 얼굴이 등장했다. 6월초 AG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는데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으로선 AG 한국 대표팀 마운드 구성을 예측하기 힘들다. 그만큼 혼전이다.

2023 WBC에 참가한 투수 중 AG 기준인 만 25세 이하는 총 8명(고우석, 정우영, 소형준, 원태인, 곽빈, 정철원, 김윤식, 이의리)이다. 이변이 없는 한 이들 다수가 AG에도 참가할 것 같았는데 대부분이 이런저런 부침을 겪고 있다.

고우석, 소형준, 곽빈은 부상으로 인해 현재 엔트리에 없다. 특히 소형준은 수술 판정을 받고 시즌아웃됐다. AG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AG 참가가 불가능하다. 정우영, 김윤식, 이의리, 원태인은 기복에 시달린다. WBC에 참가했고 AG 예비 엔트리에도 등록된 투수 중 정철원만 꾸준히 자기 자리를 지킨다.

마냥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새 얼굴도 부쩍 늘었다. LG 신인 박명근과 대졸 4년차 유영찬은 고우석과 정우영을 대신해 새로운 필승조로 올라섰다. SSG 신인 송영진과 4년차 오원석도 선발진에 힘을 불어넣는다. 대졸 3년차 키움 김성진은 피치 디자인 변화를 발판으로 필승조로 도약했다. KIA 신인 윤영철은 기대대로 즉시전력감 선발투수로 활약한다. 2년차 최지민은 구위와 제구가 동반 상승하며 지난주에만 홀드 2개와 세이브 1개를 올렸다.

마운드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NC는 이용준이 선발진에서 한 축을 맡고 있다. 두산도 3년차 신예 김동주가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해 이용준과 선인왕 경쟁에 임한다. 만 25세 롯데 나균안은 리그 전체로 봐도 에이스급 투구를 펼친다. 도쿄올림픽에 승선했던 3년차 좌투수 김진욱 또한 올시즌 한 단계 도약했다. 한화는 일찍이 문동주, 김서현의 AG 동반 승선이 점쳐졌다. 구위만 놓고 보면 문동주, 김서현보다 위에 자리한 투수는 없다. 이들 모두 AG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다.

관건은 조화다. 좌·우·사이드암을 가리지 않고 새 얼굴이 등장한 만큼 이들을 적절히 조화해 AG 마운드를 완성해야 한다. 더불어 연령대·연차와 무관한 와일드카드가 있고 아마추어 선수를 향한 문도 열어놓았다.

고민 만큼 긍정적인 부분도 크다. 누군가 부진해도 이들을 대체할 새 얼굴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한국야구 투수층이 깊어지고 있다.

남은 것은 AG 류중일 감독과 코칭스태프, 전력강화위원회가 지혜를 발휘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황금 마운드를 구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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