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창원=김민규기자]“내게 가족은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동기부여다.”

마운드 위에서 호령하던 장수의 기세는 찾아볼 수 없다. 태어난 지 9개월 된 아들을 어르고 달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흔한 아버지의 모습이다. 뒤늦은 데뷔전에서 완벽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NC의 새 외국인투수 테일러 와이드너(29)의 얘기다. 품에 안긴 아들을 바라보는 와이드너의 눈빛에서 가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와이드너는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과의 주중 3연전 첫날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전 허리부상으로 2개월 넘게 재활치료 후 첫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팀에게도, 본인에게도 최고의 하루였다.

경기 후 그는 9개월 된 아들을 안은 채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첫 승을 거둬 기쁨은 배가 됐다.

와이드너는 “시즌을 좋은 느낌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부상 이탈이 많이 아쉬웠다. 많은 코치님과 트레이너들이 관리를 잘해주고 도움을 준 덕분에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설 수 있게 됐다”며 “내 아들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내게 가족은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동기부여다. 가족 앞에서 첫 승을 해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와이드너는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사실 와이드너는 지난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들 사이에서 ‘페디보다 구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스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최고 151㎞를 기록한 패스트볼에는 힘이 넘쳤고, 공의 움직임도 컸다. 궤적이 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에 충분했다.

와이드너는 “내 투구 스타일은 공격적이다. 아무리 환경이 바뀌었어도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 게 나의 콘셉트”라며 “또한 메이저리그에서도 변화구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었다. KBO에서도 어느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다른 선수들을 의식하기 보단 내가 마운드에 올라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상은 완전히 회복했다. 그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수행하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와이드너는 “부상에 대한 통증은 없다. 선발 등판 후에 피로감은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나는 어느 자리에서든 내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오늘처럼 잘 던지는 날도 있겠지만 그러지 않은 날 4이닝이나, 5이닝만 던지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와이드너의 합류로 NC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완성됐다. 부상재발에 주의하는 것이 관건이다. 와이드너가 부상재발 없이 KBO리그 데뷔전에서 보여준 위력을 이으며 팀의 상위권 도약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