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친구들’이 해냈다. 팀을 수렁에서 건진 대포를 펑펑 쐈다. 나란히 빅리그를 꿈꾸는 이들. 중요한 순간 터졌다. 딱 키움이 원했던 그 시나리오다.
키움은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SSG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8회초 나온 이정후와 김혜성의 홈런포를 통해 4-3의 역전승을 거뒀다.
최근 3연패로 흐름이 좋지 않았다. 특히 SSG를 만나면 늘 어려웠다. 올시즌 8전 8패. 정규리그 기준으로 지난해 9월29일 이긴 후 내리 9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작년 한국시리즈를 더하면, 11월5일 4차전에서 이긴 후 10연패다. 이상할 정도로 SSG를 만나면 꼬였다. 뭔가 약점이 제대로 잡힌 모양새.
이번 시리즈에서도 앞선 두 경기는 모두 끝내기로 졌다. 2-0에서 2-3으로, 1-0에서 1-2로 패했다. 연패가 쌓여가는 상황이었다.
마침내 이 흐름을 깼다. 이날도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타선이 계속 불완전 연소 상태였다. 실책으로 역전 점수까지 주기도 했다.
8회초 모든 것이 변했다. 2-3으로 뒤진 8회초 선두타자 이정후가 동점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5월31일 대전 한화전 이후 4일 만에 시즌 5호포를 터뜨렸다.
그야말로 SSG에게 찬물을 끼얹는 홈런이었다. 끝이 아니었다. 역전까지 갔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혜성이 나섰다. 상대 최민준의 초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자신의 시즌 2호 홈런이다. 5월3일 대구 삼성전에서 1호를 쳤고, 32일 만에 손맛을 봤다. 4-3 역전에 성공했다. 이 점수가 최종 점수였다. 키움이 지긋지긋한 SSG전 연패를 끊는 순간이었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친구다. 이정후가 2017년 1차 지명으로 키움에 왔고, 김혜성은 2차 1라운드에 뽑히면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나란히 팀의 주축 선수이기도 하다. 이정후는 설명이 더 필요 없는 선수다. 올시즌 주춤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살아났다. 지난 5월27일부터 계산하면 8경기에서 타율 0.455에 2홈런 6타점이다.
김혜성도 올시즌 타율 0.309, 2홈런 19타점 36득점 13도루를 만들고 있다. 출루율 0.371, 장타율 0.417, OPS 0.788을 만들고 있다. 중견수 이정후-2루수 김혜성은 팀 센터라인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런 둘이 나란히 터졌다. 키움이 그려왔던 그림이다. 결국 키움은 이들이 해줘야 살 수 있다. 경기 후 이정후도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 내 감도 완전히 돌아왔다. 다시 올라갈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얻은 것이 꽤 많은 하루다. SSG전 연패를 끊었고, 원종현-임창민의 베테랑 불펜도 깔끔했다. 기분 좋은 하루다. 이정후-김혜성의 활약으로 이겼기에 기쁨은 두 배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