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인이 열광하는 NFL을 제외한 MLB, NBA, NHL도 세계 최고 고수들의 경연장이다. 기량도 최정상이지만 연봉도 최고다. 전 세계의 최고수들은 이 무대를 밟으려고 늘 문을 두들긴다.
현재 MLB와 NBA를 지배하는 슈퍼스타는 나란히 외국 선수다. MLB는 누가 뭐래도 투타를 겸하는 LA 에인절스 일본인 오타니 쇼헤이(28)다. MLB 뉴스는 거의 날마다 오타니의 활약상을 보도한다. 외신 사진에 오타니는 매일 업그레이드된다. 뉴욕 양키스 홈런왕 애런 저지의 경우 사진이 날마다 올라오지는 않는다.
현재 공격에서 홈런 부문 공동 4위(17개)에 랭크돼 있다. 마운드에서는 102개의 삼진으로 이 부문 3위다. 1위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우완 스펜서 스트라이더로 121개다. MLB는 타격은 홈런, 투수는 삼진으로 말하는 곳이다.
NBA는 덴버 너기츠 센터 니콜라 요기치(28)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세르비아 출신이다. 211cm의 장신에 골밑 장악, 외곽슛, 패스, 페인트존 슛 등이 완벽한 ‘미스터 트리플-더블’이다.
요기치와 오타니는 28세로 동갑이다. 오타니는 2021년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다. 요기치는 2021, 2022년 2년 연속 NBA 정규시즌 MVP에 올랐다. 올해도 수상 가능성이 높았으나 시즌 막판 필라델피아 76ers 센터 조엘 엠비드(29)의 급부상으로 3년 연속 수상이 좌절됐다.
사실 오타니나 요기치가 자국에서 활동했다면 세계적인 선수로 이름을 날리기도 어렵고 연봉도 최고로 받을 수 없다. 오타니의 올해 연봉은 3000만 달러(388억 원)다.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가 되면 4000만 달러는 훌쩍 넘는다. 현재도 광고 수입은 엄청나다. 요기치는 올해 4690만 달러(606억 원)다. 세르비아 최고 연봉이다.
현재 요기치는 NBA 파이널을 치르고 있다. 3승1패로 앞서 우승 가능성은 99.9%다. 13일 홈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할 가능성도 크다. NBA 파이널에서 1승3패로 밀린 팀이 3연승으로 뒤집은 경우는 36차례 시도에 딱 한 차례 뿐이다. 2016년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1승3패 후 3연승으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꺾은 게 유일하다.
1967년 ABA로 출범한 덴버는 아직 우승이 없는 팀이다. 구단 창단 이래 첫 우승이 눈앞에 있다.
NBA 챔피언십과 MLB 월드시리즈 우승은 확률적으로 어느 리그가 더 힘들까. NBA가 힘들다. 양 리그는 똑같이 30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NBA는 파이널에 진출조차 못 한 구단만 5개 팀에 이른다. 노 우승은 덴버를 포함해 12개 팀이다. 피닉스 선스, 유타 재즈, 브루클린 네츠, 올랜도 매직은 멀티로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우승반지는 없다. 물론 NBA 파이널은 1947년부터 시작해 역사에서 월드시리즈보다는 훨씬 짧다.
MLB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시애틀 매리너스가 유일하다. 우승 트로피가 없는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탬파베이 레이스, 밀워키 브루어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과 시애틀 포함 6개 팀이다.
요기치는 우승이 어려운 NBA 타이틀을 사실상 거머쥐었다. NBA 파이널 MVP도 거의 굳어졌다. 2014년 NBA 드래프트 전체 41번으로 지명돼 8년 만에 정상에 오르게 된다. 오타니는 2018년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물론 5명의 농구와 10명이 펼치는 야구는 분명 다르다.
농구는 슈퍼스타 비중이 절대적이다. NBA 파이널 MVP는 팀의 스타플레이어가 수상한다. 월드시리즈 MVP는 반짝 스타가 받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 우승 때 WS MVP는 유틸리티맨 스티브 피어스였다. 통산 홈런 91개를 치고 WS 우승 이듬해 은퇴했다. 200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우승 MVP는 유격수 데이비드 엑스타인이다. 통산 홈런 35개를 쳤다. 오타니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21년 46개다.
NBA는 자기 능력으로 팀을 정상까지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야구는 홀로 되지 않는다. 잘 치는 타자는 정면 승부를 피한다. 볼넷이다. 선발투수는 날마다 등판할 수가 없다. 야구의 한계가 여기서 드러난다. 오타니처럼 투타를 겸해도 포스트시즌 근처도 가지 못한다. 에인절스는 오타니 외에도 현역 최고 타자로 평가받는 마이크 트라웃과 듀오를 이뤄도 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마운드가 취약해서다.
오타니가 언제쯤 요기치처럼 팀을 정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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