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올해부터 LCK CL에서 함께하고 있는 OK누나, 아나운서 김옥영 입니다.”

미소만으로 사람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사람, 대화를 할수록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힘까지 그야말로 ‘비타민’과 같은 사람이 있다. 올해 e스포츠 분야에 첫 도전장을 내민 김옥영 아나운서가 그 주인공.

경제방송부터 시작해 뉴스, 생방송 라디오 진행, 매거진, 스포츠, 시사·사회까지 두루 섭렵한 김 아나운서는 올해 LCK CL에 합류하며 e스포츠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깔끔한 진행은 물론, 수준급의 영어실력, 밝은 미소까지 e스포츠에 첫걸음을 내디딘지 얼마 지나지 않아 ‘OK누나’로 불리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만점’ 김 아나운서를 만나 첫 e스포츠 도전기 등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나운서는 내 운명”

“아나운서는 내 운명이죠.(웃음)”

초등학교 4학년, 소녀 김옥영의 꿈은 오직 하나 ‘아나운서’ 뿐이었다. 캐나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낯선 타국에서도 특유의 밝은 미소로 주변엔 늘 친구들이 함께했다. 여기에 리더십까지 갖춰 학교 반장을 도맡아하기도 했다. 요즘 말로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였던 것.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매력을 앞세워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갔다. 목표가 생기니 자신감도 커졌다. 김 아나운서는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 당시 캐나다에 위치한 한 쇼핑몰 중앙광장에서 홀로 서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아버지께서 도와주셨는데, 그 덕분에 현재 이 자리에 있게 됐다. 너무 감사하다”고 아버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10년 넘게 유학생활을 하면서 아나운서의 꿈은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방학 때면 한국어 학원을 다니며 한국어 연습에도 집중했다. 그는 “내가 해외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선)한국어를 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부모님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때 선물 대신 한국에 가서 한국어를 배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졸랐고 매년 여름 홀로 한국에 나와 학원을 다녔다. 그때 노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힘줘 말했다.

◇‘LoL 티어=브론즈’, OK누나와 LCK의 특별한 만남

그토록 꿈꿔왔던 아나운서가 됐다. 어느덧 데뷔 6년차. 김 아나운서는 경제방송부터 시작해 메인뉴스, ‘김옥영의 예감좋은날’ 생방송 라디오 진행, 매거진, 시사프로그램,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단, e스포츠는 처음이다.

김 아나운서는 “남동생이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하며 프로 축구선수로 활동했다. 그렇다보니 늘 스포츠와는 가깝게 지냈고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며 “절친한 친구인 윤수빈 아나운서가 LCK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수빈이가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수빈이를 통해 알게 됐고, 그러던 찰나 챌린저스와 인연이 닿아 (아나운서로) 함께 하게 됐다. 지금은 더 큰 애정이 생겼다”고 e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배경을 설명했다.

LoL을 사랑하게 됐다는 그의 티어는 얼마나 될까. 티어를 묻는 질문에 “높진 않지만 최악은 아니다. 포지션은 탑 라이너고, 아이언은 면했다(웃음)”며 “(윤)수빈이도 브론즈다. 수빈이와 함께 올해 목표는 실버”라고 수줍게 웃었다.

수많은 종목 중 LoL e스포츠의 매력으로는 ‘박진감과 반전’을 꼽았다. 팬들이 붙여준 자신의 별명을 소개하면서 OK누나 외에도 ‘꽉옥영’이 있다고 털어놨다. “OK누나인 만큼 OK저축은행 전화주세요”라고 말한 대목에선 박장대소했다.

김 아나운서는 “롤(LoL) 게임 자체가 박진감이 넘친다. 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경기가 펼쳐진다. 선수들이 매 경기마다 다른 플레이를 보여줘 예측 불가능의 연속이다”라며 “이길 것 같으면서도 갑자기 반전이 일어나며 뒤집힌다. 박진감과 반전이 롤의 재미다. 여기에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배우는 것도 재밌는 부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올해 LCK CL 리그를 진행하면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먼저 OK누나는 이름인 옥영의 ‘옥’이 영어로 ‘OK’여서 붙여졌다. 또 다른 별칭은 ‘꽉옥영’이다. 이에 대해 “나와 심지수 캐스터가 함께 하면 항상 ‘꽉(풀세트)’이 나오더라. 심 캐스터가 꽉 열풍을 몰고 다녔다. CL은 하루에 세 경기가 있는 날이 있는데 어떤 날은 세 경기 모두 풀세트로 9세트까지 펼쳐진 적이 있다”고 돌아봤다. 이어 “LCK에 꽉수빈, 육수빈이 있다면 CL에는 꽉지수, 꽉옥영이 있다.(웃음) 서머에는 꽉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사람향기’ 물씬, 김옥영이 가꿔갈 후반전은?

김 아나운서는 밝고 솔직하며 털털한 성격,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그야말로 사람향기가 물씬 났다. 올해 e스포츠 아나운서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e스포츠의 매력에 헤어나갈 수가 없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LCK CL 외에도 앞으로 하고 싶은 종목이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도 쭉 아나운서 김옥영이고 싶다. e스포츠든, 다른 분야든 오래오래 사람들을 만나며 방송을 하고 싶다. 내겐 방송이 비타민”이라며 “특히, e스포츠는 재밌는 분야다. 욕심이 있다면 현재 CL에서 LCK로 더 나아가 LoL 월드챔피언십에서 MC를 맡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발로란트 아나운서도 꼭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윤수빈 기다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물심양면 자신을 지원해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아나운서’의 삶이기에 이를 응원해준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품고 산다.

김 아나운서는 “힘들 때면 가장 먼저 내가 해온 방송을 다시 보며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즐기는 일이다’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물론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믿음과 응원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부모님은 항상 내편이다. 아버지는 아나운서 딸의 목이 아플까봐 금연도 하셨고 어머니는 묵묵히 내 옆에 있어주셨다. 내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가족들의 응원이 원동력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팬들에게 그는 “아직 티어는 브론즈로 부족하지만, 방송만큼은 LCK에서 챌린저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한다. 오래오래 OK누나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성인이 된 후 꿈을 위해 달렸고, 결국 이루고 살다보니 미처 생각지 못한 안타까움도 있다. 가족, 친구들과의 여행이나 추억 쌓기 등이다”라며 “그렇다고 후회는 없다. 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앞으로 더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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