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동현 기자] 최형우가 다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야잘잘’(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이랬다. 그런데 이번엔 듣도 보도 못한 ‘육성 선수’ 출신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KIA 팬심을 흔들고 있다. 그것도 KBO리그 최저 연봉(3000만원) 선수다.

2025년 3라운드 지명 ‘야잘잘’ 박재현(20)이 시즌 초반 KIA의 최신형 엔진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박상준(25)이 이에 질세라 배턴을 이어받을 조짐을 보인다. 나란히 1·2번 왼손 타자다. ‘양박’이 맛깔난 호랑이 밥상을 차리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박상준은 2022년 KIA에 육성 선수로 입단해 4년 만에 마침내 빛을 봤다. 데뷔 15경기째인 19일 광주 LG전에서 1회 톨허스트를 상대로 135m짜리 장외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다. 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14-0으로 두들기며 승률 5할을 넘기는 데 물꼬를 텄다.

몸매도 그렇고 타격 폼도 그렇고 영락없는 최형우(43)다. 공교롭게 그의 롤 모델도 최형우다.

세광고를 나와 KBO리그 지명을 받지 못하자 강릉영동대에 진학했는데, 대학 시절 최형우 등번호 ‘34’를 달고 뛸 만큼 선배를 진심으로 존경했다.

최형우는 2002년 삼성에 2차 6라운드로 입단한 뒤 2005년 방출됐다가 2008년 육성 선수 신분으로 재입단해 롱런 신화를 쓰고 있다. 박상준이 영감을 받았을 법하다.

먼저 1루수 기회를 얻은 윤도현과 오선우가 부진하자 박상준은 지난달 4일 1군 콜업돼 데뷔전을 치렀다. 며칠 뒤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귀한 선물 하나를 받았다. 전날 친정 KIA를 상대로 쐐기 3점포를 쏜 최형우가 그 방망이를 아무 말 없이 툭 건넨 것. 소속팀을 넘어, 세대를 넘어 선후배의 정이 통했다. (최형우가 삼성에 처음 입단한 바로 전해 박상준이 태어났다.)

박상준은 올 시즌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45타수 14안타) OPS 0.870 출루율 0.426 장타율 0.444 1홈런 4타점 9볼넷 13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한 차례 퓨처스리그로 내려가 재정비한 게 신의 한 수가 됐다. 2군 폭격 뒤 지난 8일 다시 콜업돼 8경기에서 타율 0.393(28타수 11안타) 1홈런 4타점을 올렸다.

높은 출루율(0.426)이 눈에 띈다. 공을 끈질기게 보며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테이블세터로 안성맞춤이다. 2군에서는 장타력도 증명했다. 왼손 투수 상대로 약점을 드러내 아직은 오른손 투수가 나올 때 플래툰으로 기용되고 있다.

이제 고작 15경기 뛰었을 뿐이다. 하지만 롤 모델 최형우처럼 육성 선수 기적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미 최형우의 진한 향기가 난다. 타석에서 꾸준함 장착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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