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오사카=정다워기자] 부상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이강인 없는 파리생제르맹(PSG) 공격진의 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PSG는 25일 일본 오사카의 얀마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나스르와의 일본 투어 2023 프리시즌 맞대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공격진의 무기력한 플레이 속 무득점에 그쳤다.

알 나스르는 앞서 스페인의 셀타 비고에 0-5, 포르투갈의 벤피카에 1-4 대패를 당했다. 두 경기에서 무려 9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가 약한 팀이다. 전체적인 전력을 볼 때 PSG가 압도해야 정상적인 경기였다. 예상과 달리 PSG의 공격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한 마르코 아센시오와 오른쪽 윙어로 나선 카를로스 솔레르는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플레이는 보기 어려웠다. 아센시오는 원래 뛰는 포지션이 아닌 탓에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거의 보이지 않았다. 솔레르는 안정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2005년생 유망주 노하 레미나는 폭발적인 모습은 있었지만 팀플레이가 부족했고, 정교함이 떨어졌다. 스리톱의 시너지 효과도 적었다. 팀에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많아서인지 확실히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부족했다.

부상에서 회복 중이라 결장한 네이마르, 거취 문제로 일본에 오지 않은 킬리안 음바페와 함께 이강인의 빈자리가 그리운 경기였다. 이강인은 지난 21일 르 아브르와의 프리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맹활약했다. 솔레르가 뛴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는데 전반전 내내 위협적인 모습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특유의 볼을 소유하고 압박에서 벗어나 전진하는 플레이를 구사했고, 과감하고 창의적인 전진 패스로 동료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라이트백 아슈라프 하키미와의 ‘케미’도 빛났다. 첫 경기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하지만 이강인은 전반전 막판 허벅지 근육을 다쳤고, 곧바로 경기를 중단했다. 그 뒤로는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경기 전 훈련에서 아예 몸을 풀지 않았고, 경기 당일에도 휴식을 취했다. 경기 후 네이마르를 비롯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일부 선수들은 러닝을 하며 호흡을 가다듬었는데, 이강인은 이 대열에서도 이탈했다. 아예 뛰지 않는 것을 보면 28일 세레소 오사카와의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PSG 미디어 오피서는 “이강인은 오늘 결장한다”라며 “크게 걱정할 정도의 심각한 부상은 아니다. 큰 문제는 없지만 일단 오늘은 출전할 수 없다.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도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서 뛰면 좋겠지만 아직은 출전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라며 28일 세레소 오사카전, 다음달 1일 인테르 밀란전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당장 새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PSG 공격수들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이강인은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르 아브르전을 통해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상황에서 다른 공격수들이 돋보이지 않는 것은 이강인의 공백을 실감하게 만드는 효과를 준다. 루이스 엔리케 PSG 감독 입장에선 답답함이 계속되면 이강인의 복귀를 더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강인은 급하게 생각할 것 없이 차분하게 몸 상태를 회복해 복귀를 준비하면 충분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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