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삼성이 오랜만에 ‘10홈런 유격수’를 보유하게 됐다. 시간문제다. 주인공은 2년차 ‘아기사자’ 이재현(20)이다. 김상수(33·KT) 이후 5년 만이 된다. 현재 유격수 가운데 홈런 1위다. ‘거포 유격수’ 맞다.

이재현은 7일 현재 시즌 95경기, 타율 0.244, 9홈런 40타점, 출루율 0.298, 장타율 0.370, OPS 0.668을 기록중이다.

전반적으로 빼어난 공격지표라 하기는 어렵다. 종합 공격력 스탯인 wRC+(조정득점생산력)도 78.8로 규정타석을 채운 유격수 가운데 가장 낮다. 100이 평균이니, 공격만 보면 평균 이하인 셈이다.

대신 홈런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9홈런은 리그 전체 유격수 중 최다 1위다. 2위 김주원(NC)보다 3개 더 치고 있다. 내야수로 범위를 넓혀도 공동 5위가 된다.

하나만 더 치면 두 자릿수 홈런이 된다. 이미 데뷔 시즌인 지난해 기록했던 7개를 넘어선 상태다. 프로 1년차부터 ‘거포 유격수’ 소리를 들었다. 올해는 데뷔 첫 10홈런이 눈앞이다.

원년부터 KBO리그에 참가한 삼성이다. 42년간 특급 유격수들이 자리를 지켰다. 오대석-류중일-박진만-김상수로 이어지는 계보가 있다. 사이사이에 김태균, 틸슨 브리또가 이름을 새겼다.

기본적으로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이재현도 쟁쟁한 선배들에 발을 맞추고 있다. 공격에서도 10홈런은 의미가 있다. 삼성 유격수 계보를 잇는 선수 가운데 마지막 시즌 두 자릿수 홈런 기록자가 김상수다. 지난 2018년 10개를 쳤다.

김상수 앞에는 박진만 감독이 있다. 2006년 11홈런을 만들었다. 현대 시절에는 2000~2004년 5년 연속 10홈런을 날렸으나 삼성 이적 후에는 2006년 딱 한 번이 전부다.

이재현이 삼성 유격수 가운데 5년 만에 두 자릿수 대포를 만들기 일보 직전이다. 사실상 언제 나오느냐 하는 부분만 남았다. 잔여 49경기 가운데 하나만 치면 기록이 된다.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수비는 이미 최상급이다. 올시즌 전체 유격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786.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하는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1.116으로 유격수 전체 1위다. 1.000이 넘는 유일한 선수다.

정확도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탄탄한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 한 방까지 치고 있는 유격수다. 게다가 이제 2년차다. 고작 20살. 더 뻗어나갈 길이 무궁무진하다.

김상수도 2년차는 타율 0.245, wRC+ 72.3이 전부였다. 박진만 감독 또한 2년차에는 타율 0.185, wRC+ 32.3이었다. 오히려 지금 이재현이 연차 대비 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랜만에 1차 지명권을 야수에 썼다. 그만큼 좋은 자원이었고, 팀에 필요한 선수였다. 데뷔 시즌부터 적잖은 경험치를 먹더니 2년차는 오롯이 주전이 됐다. 기록도 쓸 준비를 마쳤다. 이 추세면 삼성 유격수 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도 남을 전망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