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인기 가수는 수도권 아래로는 오지 않는대.”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 출신인 기자가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얘기다. 학생들의 이목이 ‘축제라인업’에 집중됐을 때다. 5월 열리는 대동제를 앞두고 기대감이 커졌지만 박탈감도 서서히 증폭됐다. “우리 학교가 돈이 없어서”, “학교가 수도권이 아니어서” 다양한 이유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은 축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싸이는 달랐다. ‘축제의 신’, ‘막차는 가볍게 건너고 첫차로 학생을 보낸다’는 무시무시한 명성을 지닌 그가 축제 마지막 날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막 20세가 된 새내기의 가슴은 첫사랑을 만날 때보다 더 두근거렸다.

싸이가 누구인가. 그는 20대에게 K팝의 위상을 알려준 ‘어른’이다. 기자가 중학생이던 2012년 발매한 ‘강남스타일’은 K팝 최초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두유 노 싸이’(DO you Know PSY)라는 ‘밈’의 주인공이었고 수많은 아이돌 그룹을 제치고 ‘국뽕’(한국에 대한 과한 애정을 가리키는 은어)을 들이키게 만든 가수였다.

물론 청소년기에는 싸이보다 빅뱅, 소녀시대, 엑소같은 2세대 아이돌의 음악을 더 가까이 했다. 하지만 대학 축제에서 만난 싸이는 오롯이 청춘을 청춘답게 즐기게 해줬다. 가수의 무대에 열광하는 건 촌스럽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무대만큼은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싸이가 ‘연예인’을 부를 때는 어느 순간 그대의 연예인이 됐고 ‘챔피언’을 부를 때는 목이 쉬어라 함께 소리를 질렀다. 막차는 끊겼지만 열정은 끊기지 않았기에 마지막 곡을 부를 때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20살 새내기 대학생의 혈기가 마구 끓어올랐다. 그 순간만큼은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의 소설 ‘거미여인의 키스’의 마지막 문장 ‘이 꿈은 짧지만 행복하니까요’ 가 떠올랐다. 꿈과 같은 밤, 그 순간이 ‘청춘’이었다.

싸이는 이듬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매년 축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또 싸이야?”라고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지방대학생에게 ‘청춘’을 선사하고 그 시절을 완성하게 만든 가수는 오롯이 싸이 뿐이었다.

‘저출산’ 위기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지 모른다 한다. 인기 K팝 스타들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수도권 이하 지방 대학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수많은 지방대학생들의 청춘을 위로하고 즐기라고 알려준 싸이 덕분에 대학 시절 추억을 머금고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싸이는 매년 자신의 공연 브랜드 ‘흠뻑쇼’를 통해 폭염에 지친 청춘을 위로한다. 최근에는 싸이가 수해복구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군 장병들에게 자신의 여름 콘서트인 ‘흠뻑쇼’ 티켓을 대량 기부했다는 보도를 접하며 “역시 싸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지천명을 앞뒀지만 그는 여전히 ‘청춘’을 대표하고 대변하며 위로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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