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반짝’ 후 시들해진 골프시장, 다시 전성기 노려
[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지난 3년간 MZ세대 스포츠 종목으로 인기를 끌었던 골프 시장 흥행 열기가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골프 시장에 유입된 MZ세대가 이제 골프가 아닌 다른 스포츠로 빠르게 이탈하면서, 골프웨어 브랜드도 함께 감소세를 기록중이다. 이에 패션업계는 ‘럭셔리’에 열광하는 MZ세대와 진성 소비자인 중년세대 수요에 맞춘 전략으로 고가 브랜드 입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 국면 시기 MZ세대가 필드로 유입되며 국내 골프웨어 시장도 성장 가도를 달렸다. ‘인증 사진’이 문화인 MZ세대에게 골프는 스포츠를 넘어 세대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국내 의류 시장도 골프웨어 론칭에 속도를 내며 골프웨어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백화점과 쇼핑몰에도 골프웨어만 따로 판매하는 층이 생겨나고, 각종 팝업스토어 진행으로 국내 패션업계는 전성기에 맞춰 골프웨어 유통망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골프 전성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 삼성물산, LF, 말본골프 등 ‘프리미엄 골프웨어’ 출시에 가속도
국내에서 MZ세대에게 골프는 고가 시장에 해당된다. 특히 현재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황으로 소비심리는 한 껏 위축된 상황이다. 또 올여름 긴 장마도 골프 인기 감소에 한 몫했다.
실제 국내 백화점 골프웨어 매출을 살펴보면 지난해 대비 현저히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인 강남점 1위 골프웨어 브랜드는 ‘지포어’로 지난해 대비 35.5% 감소했다. 뒤이어 ‘말본골프’, ‘PXG’도 각각 35.2%, 36% 감소했다.
젊은 인구가 많이 유입되는 더현대서울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위인 지포어는 지난해 대비 42.1% 감소했고, 말본골프, PXG 감소는 물론 6,7위인 ‘타이틀리스트’, ‘제이린드버그’도 각각 10.9%, 40.2% 감소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롯데백화점 본점도 1, 2, 3위에 지포어, 말본골프, PXG가 각각 12.9%, 28.4%, 22.8% 감소했다.
이처럼 강세를 보이던 골프웨어 브랜드의 매출 신장률이 대폭 둔화되자, 패션 업계는 ‘럭셔리’에 열광하는 MZ세대 수요에 맞춤과 동시에 골프시장의 ‘진성’ 소비자인 중년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다소 고가 상품을 국내로 들이거나 론칭하면서, 다시 이들의 발길을 돌리고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1년 한국에 처음 선보인 말본골프는 MZ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백화점에 입점, 곧이어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말본골프는 주춤해진 골프시장에 골프화 ‘코스(COURSE)’ 론칭으로 새 인기몰이에 나선다. 오는 26일 말본골프는 론칭 기념 쇼케이스를 진행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MZ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종키츠네’로 골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종키츠네 골프웨어는 올 상반기 골프 캡슐컬렉션을 선보인 이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센텀시티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 공식 매장을 추가 오픈 중이다.
정혜림 메종키츠네 팀장은 “패션 시장뿐아니라 골프시장에서도 여우의 영향력이 느껴질 정도로 올 상반기 팝업스토어 운영 성과가 좋았다”며 “올 하반기 공식 매장 6개를 오픈해 본격적으로 골프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에 하반기 시즌을 겨냥해 하이브리드 니트, 다운 베스트 등 보온성 위주로 구성하고 액세서리까지 상품을 다양화하며 경쟁력을 높였다.
생활문화기업 LF도 ‘랜덤골프클럽(Random Golf Club, RGC)’ 브랜드를 국내 공식 론칭했다. 랜덤골프클럽은 ‘골프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A New Way To Play Golf)’이라는 슬로건 아래 2017년 미국 텍사스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LF는 지난 12일 랜덤골프클럽을 국내 공식 론칭하며 오는 10월31일까지 압구정에 있는 편집숍 라움 웨스트에서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진행한다. LF는 팝업스토어에 랜덤골프클럽 창립자 ‘에릭 안더스 랭’을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에릭 안더스 랭은 “한국 패션 업계에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LF와 특별한 파트너십을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골프웨어에 진심인 한국 소비자들의 가능성을 높게 봤고, 앞으로 랜덤골프클럽은 단순 골프웨어 브랜드가 아닌 골프를 진심으로 함께 즐기고 향유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올 하반기, 골프웨어 출혈경쟁이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 한 관계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골프가 단기간 성장세가 꺾이면서 국내 패션업계는 올 하반기 라운딩 시즌을 매개로 전 연령 고객 잡기에 나섰다”며 “고가의 골프웨어로 장기간 흥행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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