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아직 떨어진 게 아니잖아요.”

역전패를 당해 속상할 법도 한데, 눈에는 독기가 서려있다. 오히려 아직 기회가 있다며 취재진을 다독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FC 온라인’ 종목의 국가대표 곽준혁(23·KT 롤스터)의 얘기다. 곽준혁은 패자전 결승진출전과 결승까지 태국 선수들을 차례대로 격파해 반드시 한국 e스포츠에 첫 금메달을 선물하겠다는 각오다.

곽준혁은 25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 열린 대회 e스포츠 ‘FC 온라인’ 결승진출전에서 태국의 강자 티뎃 송사이싸쿨에 세트스코어 1-2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곽준혁은 오는 27일 패자전 결승진출전에서 태국의 파타나 삭 워라난을 만나 다시금 결승행에 도전한다. 승리할 경우 같은 날 티뎃 송사이싸쿨과 설욕전과 더불어 금빛승부를 펼치게 된다.

이날 곽준혁은 티뎃 송사이싸쿨을 압도하며 2대 0으로 1세트 승리했다. 2세트에서도 맹공을 펼치며 선취점에 추가점까지 넣었지만 경기 후반 역전을 허용하며 2세트를 내줬다. 결승행을 결정지을 마지막 3세트, 팽팽한 공방이 이어지던 중 태국에 실점을 허용하며 0대 1로 끌려갔다. 곽준혁은 역전을 위해 쉴 새 없이 상대 골문을 두드렸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곽준혁은 회심의 공격을 펼쳤지만 태국 수비에 막히면서 아쉽게 패배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곽준혁은 “승리하지 못해서 아쉬움은 남지만 아직 탈락한 것이 아니다. 다음 경기 준비 잘해서 결승에 갈 것”이라며 “솔직히 경기를 하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공격에 문제는 없었는데 수비에서 보완할 부분이 있어서 이를 잘 보완한다면 다음 경기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도 선수 본인이 속상할 텐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오히려 금메달 고지까지 거쳐야 하는 태국 선수 2명을 차례대로 ‘도장 깨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실 패자전 결승진출전에서 만나는 태국의 파타나 삭은 곽준혁이 승자전 3라운드에서 만나 2-0으로 완승을 거둔바 있다.

곽준혁은 “(파타나 삭은)아시안게임에서 내가 이겼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시금 경기 잘 치르고 결승전에 올라갈 것”이라며 “결승전에서 티뎃 송사이싸쿨한테 제대로 복수하는 그림을 만들어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제는 뒤가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생각하고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함께 국가대표에 승선한 박기영을 향한 동료애도 보였다. 박기영은 이날 패자전 최종라운드에서 파타나 삭에게 패해 최종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곽준혁은 “사실 (박)기영이가 우는 걸 보고 나도 눈물이 났다. 경기를 준비해야 해서 직접적으로 위로는 해주지 못했는데 분명한 것은 충분히 잘했다는 사실이다”며 “아시안게임에 36명의 선수가 출전해 경쟁을 치르면서 기영이가 4위란 결과를 냈다. 위기의 순간도 많았지만 잘 극복해 4위를 거뒀다. ‘잘 했다’고 말해 주고 싶고 팬들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팬들의 응원이 있으면 더욱더 힘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관중 없이 치러진 예선 경기가 더 긴장됐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많은 관중이 보는 결승진출전이 즐거웠다고.

곽준혁은 “개인적으로 나는 무대 체질이다. 관중이 응원해준 경기가 더 즐겁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잘 준비하면 결승전에서 내가 웃을 것 같다”며 “(금메달까지)이제 두 경기 남았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면 나한테는 큰 힘이 될 것 같다.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