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황선홍호’가 큰 위기 없이 순항하고, 이강인 카드를 아끼는 데 핵심 구실을 하는 건 ‘또다른 황금 왼발’ 홍현석(헨트)이다.

그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제 가치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지난 1일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축구 8강 개최국 중국과 경기에서는 전반 18분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 결승골로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홈 이점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거친 축구로 묘사되는 중국을 상대로 홍현석의 프리킥 득점은 상대 기를 꺾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 그의 득점 이후 중국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송민규의 추가골은 집중력을 잃은 중국 수비진의 실책성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한자치 중국 골키퍼는 경기 직후 “우리는 프리킥 수비 때 벽을 잘 쌓아왔다. 그런데 상대 선수(홍현석)가 너무 잘 찼다”며 막을 수 없는 프리킥이었음을 인정했다.

황선홍 감독은 투박한 중국의 스타일을 고려해 기술과 스피드를 지닌 윙어를 대신 송민규, 안재준처럼 피지컬이 강한 선수를 선발로 내보냈다. 중국은 전방부터 강한 힘과 압박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수를 상대로 크게 당황해했다. 그리고 후반 정우영, 엄원상, 이강인 등 ‘기술자’를 내보내며 중국의 도전을 무력화했다. 황 감독의 전략이 100% 통한 데 홍현석은 소금 같은 존재였다. 황 감독은 선발 공격진 중 홍현석을 유일하게 ‘기술자’로 두고 허리에서 경기를 조율하게 했다. 그는 득점까지 더해 이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홍현석은 대회 조별리그부터 중국전까지 3골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득점을 떠나 특유의 왼발을 활용한 경기 제어로 왜 A대표팀에서도 중용되는지 입증하고 있다.

K리그1 울산 현대 유스인 현대고를 졸업한 뒤 1군 진입엔 어려움을 겪었지만 유럽으로 떠나 임대 생활을 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오스트리아 LASK린츠에서 가능성을 보였고 2022~2023시즌 벨기에 주필러리그 헨트로 이적했다. 이적 첫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확보한 그는 리그 37경기에서 6골6도움을 기록했다. 덕분에 지난 6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에서 처음 승선했다. 올 시즌 현재 헨트에서 5경기를 뛰며 2골2도움을 올렸는데, 물오른 컨디션을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도 뽐내고 있다.

울산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윤빛가람(수원FC)처럼 공을 정교하게 잘 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몸싸움 등 피지컬 승부에서 약점이 있었는데, 거친 유럽 무대를 경험하면서 일취월장했다”고 말했다.

홍현석의 비상은 황 감독이 대회를 준비하며 가장 고민한 ‘유일한 빅리거’ 이강인의 활용 극대화를 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강인은 소속팀 일정으로 조별리그가 시작된 뒤에야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를 최대치로 활용해야 하나 동료와 시너지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강인처럼 왼발을 쓰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홍현석이 맡은 소임을 해내면서 시간을 벌고 있다.

특히 이강인은 아시안게임 합류를 앞두고 허벅지 부상 등을 입어 온전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홍현석의 존재로 이강인은 조급함 없이 몸을 만들고 있다. 황 감독은 최대 승부처인 4일 우즈베키스탄과 4강, 이를 넘어 결승전에 진출했을 때 한층 컨디션을 끌어올린 이강인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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