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대반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부진으로 어두워 보였던 흥행 전선이 ‘맑음’으로 마무리됐다. KBO리그가 2018년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 돌파를 이뤘다.

올시즌 KBO리그는 지난 14일까지 798만4592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그리고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와 두산,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삼성,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롯데 경기에서 5만1451명의 관중을 더해 총 803만6043명을 기록했다. 16일부터 17일까지 정규시즌 5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미 800만 관중을 넘었다. 역대 3위인 2018년의 807만3742명 이상도 가능한 추세다.

순위표만 보면 놀라운 결과다. 예전부터 KBO리그는 이른바 흥행팀과 비흥행팀의 관중 동원력 차이가 컸다. 이른바 ‘엘롯기(LG·롯데·KIA)’가 나란히 상위권에 자리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반대로 엘롯기가 동반 부진하면 관중수가 크게 줄었다.

실제로 흥행 전선을 이끈 주역은 LG다. LG는 정규시즌 최종전인 15일 잠실 두산전에서 올시즌 7번째 만원 관중을 달성했다. 2만3750명이 입장해 관중석을 가들 메웠고 2023시즌 LG 홈경기 최종 관중수는 120만2637명이 됐다. 올시즌 7번째 LG 홈경기 매진, 그리고 올시즌 10구단 최다 관중 확정이다.

하지만 올해 800만 관중 돌파가 엘롯기에 전적으로 의존한 결과는 아니다. 순위표에서 롯데는 7위, KIA는 6위다. 홈 관중 순위에서도 롯데는 4위, KIA는 6위로 LG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SSG가 LG와 유이하게 100만 관중 돌파를 이뤘고 두산도 95만명 이상이 홈경기를 찾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홈 관중 순위에서 5위에 자리한 삼성이다. 지난 14일 홈 최종전을 치른 삼성은 84만5775명으로 올시즌을 마쳤다. 순위표에서는 8위에 자리했고 시즌 내내 하위권이었음에도 팬들은 늘 관중석을 메웠다. 2016년 개장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가 야구 이상의 무언가를 가져온 효과다.

단순히 야구 경기만 보러 오는 야구장이 아닌 아닌 휴식를 즐기는 ‘파크’로 자리매김한 라팍이다. 10대와 20대 관중 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가족 단위 관람객의 비중도 높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야구붐이 일면서 야구팬 다양화를 이뤘는데 그 추세가 다시 파도처럼 이어지고 있다.

즉 미래가 밝다. 라팍 외에 구장도 10대부터 20대, 그리고 30대 관중 비중이 높다. 응원팀의 승리도 좋지만, 친구, 가족, 연인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도 야구장을 선호한다. 그 결과 주말 경기·휴일 경기가 평일 경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관중을 기록한다.

야구장 관람 고객이 젊어지면서 구단 관련 상품 수요도 늘었다. 구단들도 이 부분을 캐치해 유명 브랜드와 손잡고 기획 상품을 만든다. 유명 캐릭터가 구단 유니폼을 입은 인형이 조기에 매진되고, 구단 엠블럼을 활용한 유명 브랜드 의류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산업화 청신호를 쏜 2023시즌이다.

동시에 과제도 뚜렷하다. 제자리걸음이 많다. 여전히 티켓 창구를 통합하지 못해 팬들은 구단에 맞춰 티켓 구매 사이트와 앱을 이리저리 오간다. 이전에 잘못 체결한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으로 인해 SNS와 유튜브에 중계 영상을 활용하지 못한다.

야구팬 연령대는 미래 지향적으로 리뉴얼 됐는데 정작 젊은 팬들을 위한 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 원정 3연전이 있으면 이에 맞춰 KTX를 타고 숙소를 잡는데 이와 연계된 마케팅을 찾기 힘들다. 더 많은 팬이 야구장을 찾고, 더 많은 10대와 20대가 야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KBO는 올겨울 TV·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새로 체결한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30초 만에 홈런 영상이 SNS와 유튜브에서 퍼져나가는데 KBO리그는 아무 것도 없다. 더 많은 팬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창구를 닫아버렸던 KBO와 10구단이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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