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성민규 전 단장은 시카고 컵스에 몇 년 몸담은 뒤 2020년 롯데 자이언츠 단장에 부임하면서 언급한 이가 메이저리그의 테오 엡스타인(49)이었다.

이번에 삼성 라이온즈 단장으로 취임한 이종열 단장도 그를 거론했다. 한마디로 엡스타인의 추구한 방식을 삼성에도 도입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엡스타인은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두 구단의 저주를 해결한 탁월한 능력 소유자였던 것은 분명하다. 컵스에서 물러난 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부름을 받고 그라운드 관련 자문으로 활동했다. 주머니의 송곳은 튀어나온다고 올해 MLB 올해 시행한 경기 스피드업, 베이스 확정, 시프트 금지 등의 계획을 조언한 주역으로도 알려졌다. 명문 아이비리그 예일 대학 출신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KBO리그는 그런 여건이 성숙해 있지 않다. 선수층이 얇고, 트레이드가 MLB처럼 활발하게 할 수 없고, 코치들의 선수 육성도 선진화돼 있지 않아 매우 힘들다.

이번에 MLB의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4팀의 구성을 보면 팜팀에서의 성장, 트레이드, 프리에이전트 영입 등 분포가 매우 비슷하다. 성민규 단장은 실패한 GM으로 끝났고, 신임 이 단장이 이런 식으로 팀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FA 5, 드래프트 8, 인터내셔널 FA 5, 트레이드/웨이버 영입 8명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FA 9, 드래프트 3, 인터내셔널 2, 트레이드/웨이버 12명. 필라델피아 필리스 FA 9, 드래프트 4, 인터내셔널 3, 트레이드/웨이버 10명,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FA 5, 드래프트 8, 인터내셔널 3, 트레이드/웨이버 10명 등이다.

휴스턴과 애스트로스가 드래프트에 의한 젊은 선수 중심이 많은 편이고, 필리스와 레인저스는 FA 영입이 상대적으로 높다. 레인저스는 키스톤 콤비 유격수 코리 시거, 2루수 마커스 시미엔을 FA 시장에서 영입하는 데만 5억 달러를 투자했다. 필리스는 포스트시즌에서 홈런을 날린 브라이스 하퍼, 트레이 터너, 닉 카스테야노스, 카일 슈와버 등이 FA 고액 연봉자들이다.

챔피언십에 오른 4팀의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과 GM은 모두 우수한 프론트맨이다. MLB 프론트맨에 엡스타인만 있는 게 아니다. 시야를 넓게 볼 필요가 있다.

필리스의 데이브 돔브라우스키 사장(67)은 플로리다 말린스(WS 우승),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보스턴 레드삭스(WS 우승),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모두 WS 무대에 진출시키고 우승도 엮어냈다.

애리조나의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과 GM 마이크 헤이젠은 결정적 트레이드로 팀을 WS로 이끌었다. 성적 부진한 토리 러벨로 감독에게 계약 연장의 기회를 준 것도 헤이젠이다. 오프시즌 달튼 바쇼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주고 외야수 루데스 구리엘 주니어와 포수 개브리엘 모레노를 받았다.

토론토는 좌타자가 필요했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 때 뉴욕 메츠에서 영입한 외야수 겸 지명타자 토미 팸도 신의 한 수가 됐다.

창단 63년 만에 텍사스의 우승 산파가 된 크리스 영 GM(44)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영도 아이비리그 프린스턴 대학 출신이다. 대학 때 농구와 야구를 겸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신장 208cm로 MLB 최장신으로 통했던 랜디 존슨과 같다.

영은 MLB에서 통산 79승을 작성하고 2017년 은퇴했다. 은퇴 후 조 토리 밑에서 MLB 사무국 그라운드 오퍼레이션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2020년에는 토리 수석 부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낭중지추(주머니 속의 송곳)’라고 능력을 발휘하자 텍사스의 존 대니엘스 야구단 사장이 GM으로 불렀다. 대니엘스도 명문 코넬대를 나왔다. 대니엘스는 2022년 8월 성적 부진으로 해고됐다. 현재는 탬파베이 레이스 수석 자문역을 맡고 있다.

영은 2022시즌 후 선발진을 보강했다. FA 시장에서 제이콥 디그롬(팔꿈치 수술), 네이선 이발디, 앤드리 히니를 영입했다. 디그롬이 수술로 전열에서 이탈하자 조던 몽고메리와 맥스 셔저를 마감 시한에 트레이드해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올드 스쿨의 브루스 보치 감독을 영입한 것. 세이버매트릭스를 신봉하는 GM들은 올드 스쿨 감독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지가 줄어들어도 68세 보치 감독을 데려왔고 결과는 구단 최초의 우승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MLB에는 엡스타인 외에 합리적이고 명석하고 열정적인 GM들이 다수다. 야구는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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