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그야말로 열풍이다. 이제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게 어색할 정도. 맨발걷기 열풍에 불을 지핀 주인공은 시민단체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71) 회장이다.

지난 2006년 책 ‘맨발로 걷는 즐거움’을 출간한 후 지금까지 꾸준히 맨발걷기를 알려온 박 회장은 20년 가까이 된 오늘에 이처럼 맨발걷기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굉장히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회장이 뿌듯해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맨발걷기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이 질병에 빠져있고 일부는 죽음을 직면한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가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기본적으로 맨발걷기는 생명살리기 운동이다. 전 세계 인류가 맨발로 걸어서 건강한 삶을 이뤄나갈 수 있기를 목표로 한다.”

서울 강남구 대모산이 맨발걷기 성지로 불리는 것은 박 회장이 운영하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에서 지난 2016년 대모산에서 맨발걷기 교육프로그램인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모산을 함께 걷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질병 치유 사례가 나왔고, 주요 사례들을 모아 ‘맨발로 걸어라’(2021)를 출간하면서 세상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했다.

맨발걷기 열풍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온갖 질병이 다 나으니 어서 와서 걸으라”는 사람과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얘기”라는 시각이 대립한다.

지난 7월 12일 방송된 KBS1 ‘생로병사의 비밀’의 ‘맨발로 걸으면 생기는 일’편은 맨발걷기의 치유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방송에서 신발을 신고 걸은 사람과 맨발로 걸은 사람을 4주간 비교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측정했다. 실험 결과 맨발로 걸은 사람은 면역세포인 NK세포가 20~30배 증가했다. 맨발로 걸어서 땅과 접지하면 지표면의 전자가 혈액의 제타전위를 끌어올려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혈액의 점성이 묽어진다고 미국 심장의학자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가 밝히기도 했다.

박 회장은 “44세에 파킨슨 병에 걸렸다는 55세 여성이 대모산에 왔다. 혼자 걷기도 힘든 여성인데 맨발로 3주 걷고 나니 증세가 완화되는 게 보였다. 파킨슨 병도, 치매, 알츠하이머도 맨발걷기가 도움이 된다. 걸으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맨발걷기의 치유 효과가 속속 입증되면서 전국이 맨발걷기 열풍에 빠졌다. 각 지자체마다 앞다퉈 맨발걷기 공원을 조성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박 회장이 ‘접지권’을 주장하며 지자체로, 시의회로 뛰어다니는 이유다.

“아직도 집 주위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흙길이 없는 곳이 많다. 지하 주차장 위에 흙을 덮어놓은 곳은 맨발걷기 효과가 없다. 헌법 35조 1항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국가가 길을 다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어놨다. 이걸 걷어내야 한다. 일조권이 법으로 보장돼있듯 접지권도 법으로 정해놔야 한다.”

노력의 결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한 조례안이 통과되고 있다. 맨 먼저 지난 2월 ‘전주시 도시공원 맨발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가결됐고, 용인시, 포항시 등 현재 38개 지자체에서 맨발걷기 조례가 통과됐다. 전국 226개 지자체에서 맨발걷기 조례가 통과되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맨발걷기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즘 한국의 문화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컬처가 유행이다. 여기에 K맨발걷기도 추가되어야 한다. 맨발걷기는 한국이 원조다.

박 회장은 “지난 7월 15일 국회에서 맨발걷기 활성화를 위한 접지권 입법 및 글로벌 연대 모색 대형 세미나를 열었다. 그때 일본 교수들이 와서 강의를 듣고 감명받아 일본으로 돌아가서 맨발걷기 행사를 열고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에도 맨발걷기가 알려지고 있다. 맨발걷기는 대한민국이 원조”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을 역임한 금융인 출신인 그는 현역에서 일할 때 막중한 임무 때문에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어봤던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이 지금의 활동에 소중한 밑거름이다.

“저는 종교는 없지만 맨발걷기를 알리는 것을 제2의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수익이 전혀 생기지 않는 일이지만 책을 써서 받는 인세와 강연료를 모두 활동비로 사용한다. 과거에는 세계 최고의 금융기관을 만드는 게 사명이었다면 지금은 전 인류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신이 저를 쓰고 계신다고 믿는다.”

끝으로 건강하게 맨발걷기 하는 노하우는 무얼까? 박 회장은 △맨발걷기 하기 전 반드시 체조를 해서 근골격을 유연하게 하고 △1m 앞을 주시하며 위험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걸어야지 길 밖이나 풀숲으로 들어가지 말고 △녹슨 못에 찔리면 파상풍에 걸릴 수 있으니 예방 접종을 받고 △2~3주에 한번씩 발바닥 각질을 제거하고 보습제를 발라줄 것을 권했다.

동상 우려 때문에 맨발걷기가 힘들어지는 겨울철을 위한 팁도 공개했다.

“수영장 물은 접지가 돼 있기 때문에 수영을 하는 것도 맨발걷기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영장에 가기 어렵다면 집에서 목욕을 하는 것도 좋다. 욕조에 물을 받은 후 샤워기 헤드를 물에 담가놓고 목욕하면 접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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