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KBO리그에서 야구 선수 출신으로 프런트맨으로 변신해 성과와 성공을 거둔 인물은 2명이었다.

SSG 랜더스 대표이사 민경삼(60)과 두산 베어스 김태룡 단장(64)이다.

둘은 공통점이 있다. 내야수 출신이다. 민경삼은 신일고-고려대학교-MBC 청룡에 입단해 프로 선수로 활동했다. 김태룡은 부상으로 동아대학교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매니저 출신이다. 매니저는 선수단의 온갖 궂은일을 맡는다. 구단 사장, 감독, 선수들의 시도 때도 없는 호출로 날마다 호떡집에 불난 듯 움직인다.

민경삼과 김태룡이 단장직까지 오르면서 해낸 게 있다. 우승은 물론이고 다이너스티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민경삼은 단장으로 재임하면서 2007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해 2010년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함께 3회 우승으로 SK의 왕조를 이뤘다. 외국인 KS 우승을 이끈 트레이 힐먼 영입도 민경삼의 작품이다.

김성근 감독은 이때까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적이 없다. 하위 팀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경삼과의 인연으로 한을 풀었다.

프런트맨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김태룡은 2011년 단장직에 올랐다. 올해 13년 차로 KBO리그 단장 가운데 최선참이다. 이제는 직업이 제네럴매니저다. 초반에는 감독 선임 실패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김태형 감독(현 롯데)과 함께 6년 연속 KS 진출에 3회 우승으로 두산 왕조를 만든 일등 공신이다.

두산 그룹이 야구단 왕조를 이룬 김태룡 단장에게 대표이사 직책을 줄 만도 한데 여전히 제자리다.

민경삼, 김태룡의 뒤를 이은 주자가 나타났다. 29년 만에 LG 팬들의 한을 풀게 한 차명석 단장(54)이다. 민 대표이사와 김 단장이 매니저부터 시작했다면 차 단장은 프런트맨 변신이 단장이다. 오랜 코치 생활과 방송 해설자로 활동하고 이규홍 전 사장의 부름으로 GM에 올랐다. 본인은 두 선배가 매니저부터 시작한 게 단장직 수행이 오히려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단장은 LG맨이다. 1992년 2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해 선발과 불펜 투수로 10년 활약했다. 29년 전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우승 멤버가 됐다.

2019년 구단 운영 책임자가 돼 2023년 우승을 포함해 팀이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토대를 만들었다. LG팀 사상 5년 연속은 처음이다. 앞으로 이 기록은 더 이어질 수 있다. 현재 LG의 전력은 포스트시즌 진출은 무난하다. 2년 연속 KS 제패까지 가능하다.

그런 차 단장이 KS 잔치가 열리기 전부터 시즌 후 사임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팀을 경쟁력 있게 만들었으니 미국으로 유학 가 야구를 더 배우겠다는 계획이다. 구단주에게도 사의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일단 구단주는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차 단장은 29년 만의 우승으로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다(Unfinished Business).’ SSG 민경삼 대표, 두산 김태룡 단장이 이룬 왕조를 LG에서도 만들어야 할 일이 끝난다. 물론 공부도 때가 있다. 미국으로 나가 선진 야구 운영을 배우는 것도 한국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일이다. 하지만 LG에서의 할 일이 더 중요하다.

LG는 1994년 최강의 전력으로 우승을 거뒀지만 왕조는커녕 2연패도 실패하고 정상을 탈환하는데 무려 29년의 세월을 허비해야 했다. 차명석 단장이 2024년에도 야구단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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