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대 규모는 예약된 일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MLB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 최대 계약이다. 오타니 쇼헤이가 프로 스포츠 역사를 새롭게 썼다.

미국 언론은 10일(한국시간) 오타니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4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오타니가 자신의 SNS를 통해 먼저 다저스행을 알렸고 이후 역대 최대 계약 규모임이 밝혀졌다.

한화로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이며, 엔화로는 현재 환율상 1000억엔이 넘는다. MLB 5구단 팀 연봉을 합쳐야 나오는 그야말로 역대급 계약이 성사됐다.

오타니 이전 MLB 최대 계약 규모는 마이크 트라웃과 LA 에인절스가 체결한 4억2700만 달러였다. 오타니는 에인절스 시절 동료였던 트라웃보다 2억7300만 달러를 더 받는다.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을 자랑하는 축구 스타들의 계약도 뛰어넘었다.

미국 CBS 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 이전 최대 계약은 리오넬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6억7400만 달러였다. 메시 다음으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사우디 축구팀 알 나스르의 5억3700만 달러. 미국 프로스포츠 최대 규모는 미식축구 패트릭 마홈스와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4억5000만 달러다.

입이 떡 벌어지는 숫자지만, 계산은 의외로 단순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는 MLB 타자 최고 계약과 투수 최고 계약을 합친 금액에 준하는 규모로 오타니의 가치를 산정했다. 트라웃의 4억2700만 달러 계약에 투수 최고 몸값인 양키스 게릿 콜의 3억2400만 달러를 더하면 7억5100만 달러가 된다.

오타니는 타자와 투수 모두에 있어 최고 수준의 활약을 펼친다. 그러나 올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2024시즌은 타자만 전념한다. 2024시즌 지명 타자 출장에 따라 7억 5100만 달러에서 5100만 달러를 제외한 7억 달러가 몸값으로 책정됐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관건은 금액이 아닌 오타니의 선택이었다. 오타니는 유소년 시절부터 다저스 입단을 꿈꿨다. 일본 최초 빅리거의 노모 히데오를 동경했던 오타니는 노모처럼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세계 최고 무대에 서는 것을 바라봤다. 다저스도 이를 준비하듯 지난 몇 년 동안 대형 FA 계약을 최대한 피하며 팀 연봉 규모를 줄여왔다. 지난 9일까지 다저스와 토론토가 마지막 경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고 오타니는 다저스를 선택했음을 직접 밝혔다.

오타니는 SNS에 다저스의 로고를 올리면서 자신의 결정을 기다려준 야구팬들을 향한 메시지. 그리고 6년 동안 뛰었던 에인절스 구단에 대한 고마움. 다저스에서 새로 시작하는 야구 인생 각오를 전했다. 다음은 오타니 SNS 메시지 전문.

팬 여러분과 야구계 관계자 여러분,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오래 걸려 죄송합니다. 다음 팀으로 다저스를 선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6년간 응원해주신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 여러분과 팬 여러분 그리고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함께해주신 각 팀 관계자 여러분께 먼저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우여곡절에도 저를 응원해주신 에인절스 팬 여러분,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은 제게 모든 것을 의미했습니다. 에인절스와 함께한 6년은 영원히 제 가슴에 새겨져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다저스 팬 여러분, 저는 항상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항상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선수 생활 마지막 날까지 다저스뿐 아니라 야구계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글로 전달할 수 없는 내용도 있습니다. 추후 기자회견에서 다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오타니 합류로 다저스는 MVP 경력자만 세 명에 달하는 막강 타선을 구축했다. 미국 언론 디 애슬레틱은 2024시즌 다저스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그리고 오타니로 이어지는 MVP 출신 1번부터 3번 타선을 가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츠(2루수)~프리먼(1루수)~오타니(지명타자)~윌 스미스(포수)~맥스 먼시(3루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크리스 타일러(좌익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개빈 럭스(유격수)의 라인업이 예상된다.

이 라인업은 2024년 3월 서울 고척돔에서 고스란히 실현될 수 있다. MLB 사무국은 3월 20일과 21일 고척돔에서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개막전을 발표했다. 다저스 특급 선수들과 더불어 샌디에이고의 김하성,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니스 주니어, 젠더 보가츠, 다르빗슈 유 등 스타들이 고척돔 그라운드에 선다. 오타니와 다르빗슈의 일본 슈퍼스타 간의 승부가 이뤄질 확률도 높다.

그리고 개막전에 앞서 다저스, 샌디에이고와 KBO리그 구단이 맞붙는 평가전도 계획하고 있다. 즉 평가전에서는 오타니와 KBO리그 투수들이 맞대결을 벌인다.

새 역사 시작점이 고척돔에서 찍히면서 전 세계 야구팬의 시선도 서울로 향할 게 분명하다. MLB 사무국은 현재 서울시설관리공단과 협조 체제를 구축해 고척돔 시설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