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꾸준히 주시했다. 가을부터 가능성이 생겼고 후보군 최상단에 놓았다. 결과적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2024시즌을 마주하는 LG가 계획대로 외국인선수 구성을 마쳤다. 메이저리그(ML)가 역대급 투수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시속 150㎞를 던지는 왼손 선발 투수를 얻었다.

LG는 14일 디트릭 엔스(32)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영입 후보 1순위를 데려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선발진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좌투수를 엔스로 채운 것과 동시에 150㎞대 파이어볼러도 더했다. KBO리그에서 드문 왼손 파이어볼러. LG 선발진과 절묘한 조화도 기대할 수 있다.

임찬규와 FA 계약을 맺을 경우 LG는 엔스, 케이시 켈리, 최원태, 임찬규의 상위 선발진을 가동한다. 엔스가 2022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에서 10승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선발 투수 4명에게 두 자릿수 승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김윤식과 손주영 등 젊은 왼손 선발을 기용하는 데 있어 여유도 생긴다.

외국인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건강도 합격이다. 엔스는 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가 문을 닫은 2020년을 제외하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2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일본에서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았다. LG가 실시한 메디컬 테스트에서도 합격했다.

차명석 단장은 엔스 영입 과정을 두고 “혹시 하면서 올해 초부터 봐온 선수다. 계속 보다가 가을쯤에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직원에게 가능하면 빠르게 콘택트하자고 했다”며 “세이부에서 나오기를 기다렸고 나오자마자 접촉했다”고 밝혔다.

차 단장이 바라보는 엔스의 장점도 구위였다. 그는 “일단 공이 좋아서 뽑기로 했다”며 “지금 이거저거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공 좋고 건강하면 바로 데려와야 한다. 일단 우리는 외국인 선수 세 명 모두 계획대로 됐다”고 말했다.

차 단장의 말대로 역대 최악의 외국인 투수난이다. ML 투수 유망주 고갈 현상이 KBO리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ML부터 투수가 없어 투수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 2, 3년 전에는 유망주에 밀려 아시아 시장에 나왔을 투수들이 ML에 잔류한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특급 투수들을 ML가 주시한다.

안 그래도 ML와 마이너리그는 최소 연봉 인상, KBO리그 100만 달러 상한제로 외국인 투수 영입이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시장에 투수 자체가 없다. KBO리그 10구단 중 초안대로 외국인 트리오를 구성한 구단은 LG와 KT 뿐이다. 한 번 놓치면 되돌릴 수 없기에 선발 투수 경험이 적거나 부상 경력이 있어도 사인하는 구단이 하나둘 나온다.

물론 계획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엔스 또한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뛰어난 구위를 자랑하지만 또 다른 야구와 마주하는 엔스다. 슬라이드 스텝에 애를 먹거나 콘택트 중심의 타격을 하는 타자들에게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일본 경험이다. 성향이 비슷한 동양 야구를 경험했기에 KBO리그 적응도 수월할 수 있다. 2022년 일본 무대 1년차는 성공, 2023년 일본 무대 2년차는 고전했으나 고전하지 않았으면 한국에 올 일도 없었다.

차 단장은 “동양 문화를 2년 동안 경험하고 온 선수니까 적응하는 게 좀 낫지 않을까 싶다”며 “물론 보완할 부분이 보일 수도 있다. 보완할 부분은 캠프에서 던지는 것을 보고 감독님, 코치님들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통합 우승 주역 오스틴 딘, 케이시 켈리와는 이미 2024시즌 계약한 LG다. 엔스 영입으로 남은 건 내부 FA 계약뿐이다. 임찬규, 함덕주, 김민성과 계약이 마지막 과제. 영입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는 않았으나 구단과 선수가 입장 차이를 좁히는 과정에 있다.

함덕주가 ML에서 신분조회는 받았지만 지금까지는 ML 구단의 관심이 커 보이지 않는다. 고우석처럼 LG 구단에 이런저런 자료를 요청하는 ML 구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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