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한 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운명처럼 LG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는데 KBO리그 입단 첫해부터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5년 전 캔자스시티 소속으로 시즌을 준비했던 그가 애리조나로 다시 떠난다. 보통의 야구 선수와는 다르지만 그만큼 특별한 길을 걷고 있는 LG 신인 우투수 진우영(23)이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글로벌선진학교 출신의 진우영은 일반적인 야구부 학생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학생이었다. 그만큼 훈련 시간이 길지 않았다. 진우영은 당시를 회상하며 “야구부가 있는 학교와는 많이 달랐다. 수업을 다 들어야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훈련 시작 시간이 늦고 시간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강한 공을 던졌고 프로 스카우트에게도 주목받았다. KBO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했다면 2, 3라운드에 지명될 수 있을 정도로 구위에서 평가가 뛰어났다. 이후 진우영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메이저리그(ML) 캔자스시티에서 입단 제안이 왔다. 진우영은 “고교 시절 그렇게 주목받지 않는 선수였는데 캔자스시티에서 영입 제안이 와서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기 때문에 큰 고민 없이 바로 미국으로 가게 됐다”고 돌아봤다.

만만치 않은 미국 생활이었다. 결과적으로 기간도 짧았다. 2019년 캔자스시티에 입단했는데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리그 전체가 문을 닫았다. 2021년 다시 미국으로 향했는데 시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미국에서 보낸 시간을 두고 “2021년 초반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2020년 한국에서 꾸준히 공을 던졌지만 실전 감각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도 8월에는 내 모습을 찾았는데 많이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시간은 절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생활이 내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코로나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다. 멘탈적으로도 강해졌고 좋은 코치님들에게 많이 배우기도 했다. 영어는 처음부터 통역 없이 했다. 학교에서 늘 배웠던 게 영어이기도 하고 구단에서 따로 영어 선생님을 붙여주기도 했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적응은 잘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빅리그 도전이 끝났으나 만 20세에 불과했다. 야구를 놓으려 하지도, 놓을 필요도 없었다. 서둘러 군복무에 임해 군문제부터 해결했다. 전역 후 이전에 도전하지 못한 KBO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는 “운이 좋게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근무지에서 일하고 근무가 끝나면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했다. 미국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웠고 몸도 잘 만들었다”고 여전히 프로 선수를 꿈꾸며 KBO리그 마운드를 응시했다.

지난해 6월 군복무를 마쳤고 9월 14일 2024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LG 지명을 받았다. 군복무 전후로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 소속으로 실전도 소화했다. KBO가 주최한 독립리그 구단 대회에서 우승과 MVP도 수상했다. 스카우트들에게 자신을 다시 어필한 결과가 LG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으로 이어졌다.

이 또한 놀라운 일이었다. 야구를 좋아하게 된, 그리고 야구 선수로 성장하게 된 시작점인 팀에 입단했다. 진우영은 “어릴 적부터 LG팬인 엘린이다. 2023년에도 몇 번 야구장에 갔는데 오스틴 딘 선수의 응원가가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며 “LG에 입단해 나도 정말 기뻤는데 부모님 또한 기뻐하시고 축하해주셨다. KBO리그 선수가 된 것만으로도 정말 기쁜데 팀이 LG라 기쁨이 두 배였다. 집도 잠실구장과 가깝다.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고 미소 지었다.

드래프트 당시 LG 구단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 차명석 단장은 “3라운드에서 뽑힐 선수로 봤는데 운 좋게 4라운드 우리 순번까지 왔다. 즉시전력감이 될 수 있다고 봤고 군대도 갔다 온 선수라 기용하기도 좋다”며 “스플리터가 좋은 선수로 유명한데 꾸준히 훈련하면 직구 구속 150㎞도 얼마든지 넘길 것으로 판단했다. 고교시절까지 공부가 주였던 선수 아닌가. 야구를 공부하는 자세도 참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 팀에 가져다주는 효과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진우영을 기대했다.

입단에 앞서 신체검사를 받았고 이천에서 프로그램도 소화했다. 그리고 지난 3일과 4일 코칭스태프 워크숍을 통해 1군 애리조나 캠프 명단에도 포함됐다. 신인 중 진우영과 김현종 두 명이 1군 선수들과 함께 2024시즌을 준비한다.

의미 있는 일이 하나 더 추가됐다. 5년 전 캔자스시티 소속으로 처음 애리조나 캠프에 임했는데 이제는 LG 소속으로 다시 애리조나로 떠난다. 당연히 미국 적응에 문제는 없다. 더불어 가장 궁금했던 케이시 켈리와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

진우영은 “LG 트윈스 팀 자체를 정말 좋아한다. 투수로서 LG 선배님들 투구도 많이 보고 배우고 싶다.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던지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 켈리 선수 영상도 많이 본다. 많이 물어보고 싶다”고 엘린이로서 LG가 선수가 된 기쁨, 그리고 선배들을 통한 배움을 다짐했다.

분명 그냥 참가할 수 있는 1군 캠프는 아니다. 몸상태가 좋고 1군 선수들과 경쟁할 준비가 됐다는 판단이 서야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진우영의 야구 인생 드라마가 새로운 출발선을 지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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