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구단을 위해 던진 1만4770구를 모두 새겨넣었다. 일구(一球)에 담긴 지난 7년의 헌신에 대한 경의와 감사의 표시다. 오죽했으면 ‘너무 너무’(めちゃくちゃ)라는 표현까지 넣었다. 오사카 교세라돔에 걸릴 대형 포스터인데 말이다.

스토브리그 기간이다. 세상을 뒤집어 놓은 액수를 기록하며 LA 에인절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을 비롯해, 한국의 ‘타격기계’ 이정후(26)가 키움 히어로즈에서 미국 메이저리그(ML)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특급 금액을 받고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 오릭스 버팔로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도 역대 투수 최장기간·최고액 계약을 맺으며 LA 다저스로 향했다. 야마모토가 ML 진출이란 꿈을 이루자 전(前) 소속팀이 된 오릭스가 되레 신이 났다. 그가 오릭스에 약 472억원을 안겨주고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진 모르겠지만, 오릭스는 연일 야마모토를 향한 작별 메시지를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7년 간의 시간을 추억하고, 야마모토의 앞날을 응원했다. 백미는 구단이 만든 야마모토 헌정 포스터다. 7시즌간 야마모토가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던진 1만4770구를 새겨넣어 초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새겨진 문장 역시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오릭스 구단은 ‘1만4470구에 감사하며’라는 제목으로 “중력을 무시하는 속구, 마법같은 변화구, 헛웃음만 나오는 정밀한 제구, 버팔로스에서 던진 1만4470구 그 모든 것에 감사하다”라고 메시지를 적었다.

그러면서 “솔직히 너무 너무 섭섭하지만, 가지 말았으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미국에서 일당백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보고 싶다. 가라, 요시노부. 우리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일본 최강이 세계 최강임을 증명해주길”이라며 건승을 빌었다.

야마모토 역시 귀국 기자회견에서 “구단 SNS를 통해 봤다”며 “정말 기뻤다. 그 마음 잊지 않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타니 역시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와 아름답게 작별했다. 그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직접 LA 다저스 행을 발표하며 에인절스 구단과 팬에 먼저 감사를 표했다.

오타니는 자신의 SNS에 “지난 6년간 응원해주신 에인절스 구단 관계자,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6년간 우여곡절에도 언제나 나를 지지해준 에인절스 팬 여러분, 여러분의 응원은 내겐 세상의 전부였다. 에인절스에서 보낸 지난 6년은 영원히 내 가슴 속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인절스 역시 오타니의 다저스 행이 발표되자, 포스터를 게시하며 작별을 고했다.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지만, 입단 당시부터 오타니의 지난 6년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KBO리그 구단도 꿈을 향해 떠난 선수를 예우했다. 키움은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이 공식 확정된 지난 15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SNS에 메시지를 올렸다.

키움은 “히어로즈의 영웅 이정후 선수의 이적을 축하한다”며 “한 시대를 풍미한 이정후와 함께한 지난 7년의 시간은 모두에게 영광이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이정후 선수를 히어로즈는 항상 기억하고 응원하겠다”라고 적었다. 이미 키움은 이정후의 고별전에서 헌정 영상으로 모두를 울린 바 있다.

이정후도 응답했다. 그는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 31일, 새로운 팀 자이언츠 팬에 인사를 건네며, 전 소속팀 키움 구단과 국내팬에 대한 감사 역시 잊지 않았다. 이정후는 자신의 SNS에 샌프란시스코 유니폼 뿐만 아니라, 키움 시절 사진도 함께 올리며 “7년 동안 저를 지지해주시고 믿어주신 히어로즈 팬 여러분, 동료 선수들, 코칭스태프, 구단 임직원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아름다운 작별이다. 형식적인 절차일지라도 한 구단에서 오래 뛴 상징성 있는 선수에게 보내는 헌사와 애정이 가득 담긴 메시지는 슈퍼스타가 떠나 헛헛해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팬심을 달래는 순기능을 한다.

오릭스 구단이 야마모토를 향한 메시지는 가식없는 진심이라 더 마음을 울린다. ‘솔직히 너무 너무 섭섭하지만, 가지 말았으면 하지만’이라는 문장은 구단 입장에선 에이스를 잃는 셈이니 작별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역시, 미국에서 일당백하는 요시노부가 보고 싶다’며 공들여 키워낸 애정하는 선수가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한다.

구단과 팬은 스타 선수가 떠나면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그의 새 앞날을 축복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란다. 그러나 최대한 오래오래 꿈의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천천히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