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출산과 결별. 여배우의 발목을 잡는 벽을 뛰어넘은 여우들이 안방극장을 빛내고 있다.

배우 이하늬 주연 MBC ‘밤에 피는 꽃’과 박민영 주연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하 ‘내남결’)가 안방극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하늬 주연 MBC ‘밤에 피는 꽃’은 2회만에 8.2%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작 ‘연인’의 최고 시청률 12.9%에 도전하고 있다. 박민영 주연 ‘내남결’은 4회 만에 7.9%로, 지난해 ‘일타스캔들’ 이후 내내 이어진 tvN 월화극 잔혹사를 끊어냈다.

◇임신도 임신인데…십자인대 파열에도 투혼

이하늬는 2021년 임신 후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격한 액션 연기를 펼치는 등 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2022년 여름 출산 후 6개월의 휴식을 마치고 ‘밤에 피는 꽃’을 위해 액션스쿨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극 중 이하늬가 맡은 역할은 좌의정 댁 과부 조여화다. 낮에는 얌전한 면모를 보이지만, 밤에는 힘없는 약자를 도와주는 자객이 된다. 낮에는 성숙한 여인의 이미지를 보여준 뒤 해가 지면 담을 훨훨 뛰어넘어 다니며, 칼 든 사내를 맨손으로 가격하고 남자들을 고꾸라트린다.

뛰어난 액션이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조여화를 완벽히 표현하기 위해 이하늬는 와이어 액션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연마했다. 연습을 하는 중에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위기를 겪었음에도, 투혼을 벌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출산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었음에도 SBS ‘원더우먼’(2021)에서의 퍼포먼스와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장태유 PD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진행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액션과 웃음을 주는 인물이 필요했고, 과부가 갖고 있어야 하는 성숙함도 동반해야 했다. 연민과 성숙함에 뛰어난 액션까지 선보일 수 있는 배우는 이하늬”라며 “촬영 중에 십자인대가 파열돼 거동조차 힘들었지만, 투혼을 보였다”고 치켜세웠다.

◇‘37kg 감량’ 우유·카레도 직접 뒤집어 써

이하늬가 낮과 밤이 뒤바뀌었다면, ‘내남결’의 박민영은 10년 전과 후가 바뀐다. 남편 박민환(이이경 분)에게 온갖 가스라이팅을 당하다 못해 회사에서도 피를 말리는 고통을 당한 강지원(박민영 분)은 끝내 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런 불쌍한 삶에도 조금의 동정조차 주지 않다 못해 지원의 보험금으로 장및빛 미래를 그리는 민환, 그리고 그 남편과 바람난 절친 정수민(송하윤 분)을 보고 끝내 눈을 감는다. 죽자마자 지원이 간 곳은 10년 전 과거다. 자신이 회귀했다는 것을 인지한 지원은 곧 복수의 칼을 간다.

박민영은 암 환자를 연기할 땐 무려 37kg까지 감량해 카메라 앞에 섰다. 배우로서 매력적인 모습 대신 실제 죽음을 앞둔 여성의 얼굴을 표현하며 작품의 몰입을 높였다. 이와 같은 진정성은 이전 스캔들마저 잊게 만들었다.

앞서 박민영은 지난 2022년 공개 열애를 하다 이별을 겪었다. 전 남자친구로 알려진 강 모씨는 빗썸 관계사에서 628억원가량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워낙 파렴치한 사건과 얽힌 터라 박민영에 대한 이미지도 훼손됐지만, ‘내남결’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연기로 논란을 지워가고 있다.

‘내남결’의 손자영 CP는 스포츠서울과 전화 인터뷰에서 “박민영의 의지로 강렬한 서사를 완성한 신이 많다. 괴롭힘을 당할 때 우유를 머리에 붓거나, 구내식당에서 카레를 뒤집어쓸 때도 얼굴에 뿌려버리는 것이 사례”라며 “촬영장에서도 훌륭한 애티튜드로 일관하고 있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힘이 남다른 배우”라고 칭찬했다. intellybest@sportssoe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