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카타르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이 베트남과 첫판에서 ‘이변 희생양’이 될 뻔하다가 유럽파 공격수 활약을 앞세워 웃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지휘하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14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베트남과 경기에서 4-2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전반 선제골을 넣은 뒤 두 골을 연달아 내주며 휘청거렸으나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의 멀티골과 나카무라 게이토(랭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뒤집기에 성공했다.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7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대회 최종 명단에 승선한 26명 중 20명이 유럽파다. 역시 빅리거가 즐비한 한국(23위)과 더불어 유력 우승 후보다. 베팅 업체 ‘베트365’는 대회를 앞두고 일본의 우승 확률을 가장 높게 점쳤다. 최근 A매치 10연승이자 이 기간 45골을 몰아친 흐름도 반영됐다.

그만큼 일본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베트남에 두 수 위. FIFA랭킹 94위인 베트남은 박항서 전임 감독 시절 ‘탈 동남아시아’로 불리며 업그레이드에 성공했지만 최근엔 성장세가 주춤하다. 과거 일본 대표팀을 이끈 필립 트루시에(프랑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모리야스 감독은 공격진에 호소야 마오(가시와 레이솔)를 최전방에 두고 나카무리 게이토, 이토 준야(랭스) 미나미노 다쿠미를 2선에 뒀다.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는 물론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 등 주력 공격수를 선발진에서 제외, 첫판에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최후방 자원인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도 제외했다.

베트남은 예상대로 스리백을 구축했다. 수세시엔 파이브백으로 일본 공세를 틀어막고자 했다. 일본은 초반 교과서적으로 상대 측면을 두드리는 침투 패스를 지속해서 시도했다. 전반 11분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여유 있게 경기를 끌고 나갔다. 코너킥 상황에서 흐른 공을 오른쪽 풀백 스기와라 유키나리가 공격에 가담해 논스톱 슛을 때렸는데 베트남 수비 맞고 흘렀다. 이때 미나미노가 쇄도하며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일본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베트남이 4분 뒤 동점골을 뽑아냈다. 코너킥 상황에서 약속한 움직임이 빛났다. 도 훙 둥이 니어포스트로 낮고 빠르게 차올린 공을 ‘만 19세 공격수’ 응우옌 딘 박이 마법 같은 백헤더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높게 솟아올라 일본 골문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응우옌 딘 박 앞엔 일본의 대표 수비형 미드필더 엔도 와타루가 서 있었는데 절묘한 헤더에 속수무책이었다.

기세를 올린 베트남은 이후 파이브백을 구축하면서 도전적인 수비로 일본을 괴롭혔다. 전반 32분엔 응우옌 딘 박이 일본의 공을 따내 매섭게 역습으로 전개했다. 이때 일본 스가와라가 반칙으로 끊으며 경고를 받았다.

이 장면은 베트남 역전골의 디딤돌이 됐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향한 공을 최후방 수비수 부이 호앙 비엣 안이 머리로 떨어뜨렸다. 일본 수문장 스즈키 자이온이 쓰러지며 쳐냈는데 멀리가지 못했고, 뒤따르던 팜뚜언하이가 리바운드 슛으로 마무리했다.

베트남의 ‘대이변’이 감지됐다. 그러나 일본은 역시 우승 후보다웠다. ‘유럽파의 힘’이 돋보였다. 전반 45분 미나미노가 엔도의 전진 패스를 받아 문전에서 반박자 빠른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베트남 골문 오른쪽을 갈랐다. 그리고 전반 추가 시간 나카무라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절묘한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역전골을 터뜨렸다. 기어코 3-2로 점수를 뒤집으며 전반을 마쳤다.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호소야를 빼고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를 투입하며 컨디션 조율에 나섰다. 후반 18분엔 나카무라 대신 도안 리츠(슈투트가르트)가 투입됐다.

일본은 지속해서 볼을 오래 소유하며 베트남 수비 뒷공간을 두드렸다. 그러나 베트남도 무리해서 전진하지 않고 일본 공세를 틀어막는 데 집중했다. 양 팀 대결은 소강 상태로 흘렀다.

하지만 일본은 후반 39분 네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교체로 들어온 구보의 패스를 받은 우에다가 문전에서 오른발 슛을 시도, 공이 베트남 수비 맞고 굴절돼 들어갔다.

결국 일본은 두 골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전반 아찔한 상황에 몰렸지만 슬기롭게 극복, 대회 첫판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