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WBC의 환희는 짧았고, 현실의 고통은 길다. 도쿄돔에서 일본과 호주를 상대로 쾌타를 날리던 문보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 LG 팬들 앞에는 ‘허리 통증’으로 신음하며 2군행 비행기를 탄 부상병만 남았다.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차갑지만 합리적이다. 시즌은 144경기다. 국제대회에서 얻은 ‘기운’보다 중요한 것은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몸’이다. 염 감독은 문보경을 억지로 1군에 앉혀두지 않았다. 오히려 “1군에선 안 된다”는 서슬 퍼런 선언으로 완벽한 회복을 주문했다. 복귀 후에도 ‘지명타자 한정’이라는 가이드라인을 그은 것은, 무리한 수비 투입이 시즌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사령탑의 경계심이다.
하지만 문보경의 이탈로 LG 타선은 ‘도미노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거포 유망주 이재원을 향해 “150km 대처가 느리다”고 공개적으로 꼬집은 대목은 현재 LG 백업 자원들이 사령탑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2026년 LG의 초반 성적표는 ‘문보경 없는 3루’를 얼마나 견고하게 버텨내느냐에 달렸다. 국가대표의 긍지를 부상과 맞바꾼 문보경이 다시 잠실 마운드에서 호쾌한 스윙을 보여줄 때까지, LG는 혹독한 ‘WBC 청구서’를 감내해야 할 처지다. white21@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