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잘 들어, 정지안.”

지난 7일 전편을 공개한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정진만(이동욱 분)은 하나뿐인 조카 지안(김혜준 분)에게 이같이 말하며 생존 비법을 알려주곤 했다. 극중 지안 역을 맡은 배우 김혜준은 “잘 들어 정지안”이라는 이 대사를 통해 현장에서도 각성했다고 털어놓았다.

“극 중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떠올리는 대사였어요. 현장이 힘들 때마다 삼촌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각성했습니다. 촬영장에서도 그 대사가 제 뒤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어요. 밥을 먹으면 ‘잘 먹어, 정지안’, 신발 신을 때 ‘잘 신어, 정지안’ 하는 식으로요. 하하”

‘킬러들의 쇼핑몰’은 킬러였던 삼촌 진만의 사망 후 수상한 쇼핑몰을 물려받은 조카 지안이 살해 위협에 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혜준은 위기에 처한 지안의 감정과 액션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받았다.

“지안이가 그간 표출하지 못했던 외로움이 삼촌의 죽음으로 폭발했다고 생각했어요. 지안이는 목숨을 위협받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삼촌의 부재를 인지하는데 그 때가 가장 아이 같을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죠. 삼촌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괘씸함, 그리움에 대한 감정을 ‘원기옥’처럼 뿜어냈어요.”

역할을 위해 촬영 4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몸을 만들며 킬러의 조카로 변신했다. 총기사용법과 무에타이를 배우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파신(김민 분)에게 무에타이를 배우는 장면은 사나흘에 걸쳐 촬영할 정도로 오래 찍었어요. 그래서 김민 배우와 전우애를 쌓으며 지안이가 됐죠. 액션 연기를 하면서 한계에 다다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이 연기를 하고 죽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촬영 후 ‘그만 찍으세요’하고 엎어졌는데 저도 그때 제게 그런 모습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죠.”

삼촌 역의 이동욱은 ‘밥 잘사주는 멋진 오빠’였다. 김혜준은 현장에서 이동욱에게 크게 의지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현장에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연기적으로 헤맬 때마다 이끌어주셔서 정말 삼촌 같다는 느낌을 받았죠. ‘밥도 잘 사주는 멋진 욱동 오빠’였어요. 하하, 예능프로그램 이미지 때문에 조언이 과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오히려 조심스러워하시는 면모가 강해요. 알고 보면 정말 따뜻한 분이죠.”

2015년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김혜준은 지난 2019년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SBS ‘구경이’, 디즈니+ ‘커넥트’(2022) 등 장르물에서 비현실적인 상황과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곤 했다.

“지안이는 평범함 속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그래서 평소 일어나는 사건 속 특별한 무언가가 튀어나올 때 어떻게 반응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최근 들어 장르물에 자주 출연해서 저를 장르물 배우로 아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한 장르를 개척했다기보다 맛보기로 팠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좀 더 넓은 면모를 보이며 많은 분들이 궁금할 만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혜준에게 연기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연기자로서 목표로 ‘행복찾기’를 꼽았다.

“원래 자존감이 낮은 편이었어요. 어떻게 나를 사랑할 수 있나 고민도 많았고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연기를 하며 못난 모습을 마주하다 보니 자신을 보듬어 주고 단단해지는 과정을 겪었어요. 하루에 하나씩 작은 목표를 세워서 이를 달성할 때마다 폭풍 칭찬을 하며 성취감을 느꼈죠. 앞으로도 직업윤리를 가지고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willow6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