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윤세호 기자] “사실 그냥 데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부상과 체중 이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다. 언론을 통해 올해에는 어떻게 기용할지 상세히 설명도 했다. 작년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 넣은 것은 물론,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포수와 1루수로 두루 기용해 1군 무대를 활짝 열어 주었다.

하지만 선수가 응답하지 않았다. 비시즌 준비의 중요성을 부지런히 강조하고 선배가 직접 보여줬는데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약속대로 1군 캠프 명단에 포함됐으나 캠프 일정 반도 소화하지 못하고 부상으로 낙마했다. LG 2년차 유망주 김범석(20)을 향해 실망감을 드러낸 염경엽 감독이다.

모든 게 순조롭다. 단 하나 김범석의 부상 이탈이 옥의 티다. LG 염경엽 감독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 스쿨 파크에서 열린 선수들의 훈련을 바라보며 김범석을 향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16일 내복사근 통증으로 한국으로 귀국한 김범석을 두고 “우리 코칭스태프는 범석이에게 모든 걸 맞췄다. 정말 많이 배려해줬다. 그야말로 다 만들어줬다”며 “하지만 본인이 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비시즌에 전혀 몸을 못 만들고 왔다. 엄청난 실수다.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선배들은 비시즌부터 엄청나게 준비하고 감량도 했다. 이제부터는 범석이가 직접 느끼고 살도 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 감독은 지난해 6월 김범석을 1군에 올리고 그의 타격 재능을 확인한 후 지속적으로 그를 언급했다. 미래 LG를 책임질 포수이자 우타자로 낙점했다. 정규시즌 1위가 확정된 10월3일 이후에는 1루수로도 출장시켜 2024시즌 밑그림을 그렸다. 정규시즌 개인기록만 놓고 보면 KS 승선이 어려운 김범석이지만 미래 투자 개념으로 김범석을 KS 엔트리에도 넣었다.

올해에는 일주일에 한 번 주전 포수. 그리고 1루수와 대타로도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을 예고했다. 꾸준한 기회를 약속하는 게 김범석에게 동기부여로 작용해 김범석 스스로 프로 다운 준비자세를 갖추기를 바랐다.

그러나 비시즌 부족한 자기 관리와 캠프 기간 부상으로 기회는 사라졌다. 개막 엔트리 제외는 물론 6월까지 1군 합류도 어려울 전망이다.

염 감독은 “이제 기회는 다른 선수에게 간다. 비시즌 준비 잘했고 절실하게 캠프에서 훈련하는 선수에게 기회가 갈 것”이라며 “쉽게 말해 (이)재원이가 상무에 입대하는 6월까지 범석이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범석이를 쓰려고 재원이를 2군 캠프에 뒀다. 시범경기 기간 재원이를 불러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염 감독은 김성진, 김민수, 송찬의, 김성우의 기량 향상을 강조하며 이들 우타자들도 김범석이 놓친 자리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염 감독은 “김성진은 1루와 3루, 김민수는 유격수와 3루수, 송찬의는 외야 양 코너가 된다”며 “포수인 성우는 박경완 코치와 일대일로 훈련 많이 하고 있다. 타격과 수비 모두 올라오고 있다. 범석이 자리에 새로운 선수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며 프로에서 기회를 놓치면, 기회가 결코 쉽게 돌아오지 않음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염 감독은 “사실 그냥 데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큰 부상이 아니다. 여기서 재활시키다가 시범경기에 맞춰 출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비시즌에 너무 준비를 안했다. 계속 이렇게 두면 변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제부터라도 2군에서 달라지지 않으면 절대 그냥 기회가 주어지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김범석을 향한 실망감을 재차 고스란히 드러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