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화성=강예진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맞다. ‘배구 여제’ 김연경(36)의 신체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IBK기업은행과 6라운드에서 이번시즌 개인 최다인 36점 타이기록을 쓰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V리그 여자부는 선두 경쟁이 한창이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두고 다투는 가운데 한 경기로 순위표가 요동친다. 빡빡한 일정 속 순위 경쟁이라는 압박감은 자칫 경기력을 떨어뜨릴 수 있지만, 김연경에겐 아니다.
그는 2005~2006 데뷔시즌(758점) 이후 처음으로 V리그에서 700점을 돌파했다. 이번시즌 33경기 130세트를 소화하면서 729점을 올렸다. 데뷔시즌에는 28경기 110세트였다. 경기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타 팀 외국인 선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공격 성공률은 45.20%로 GS칼텍스 실바(47.2%)에 이어 2위다. 또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 외인을 포함해도 5위다. 더 대단한 건 리시브가 면제되는 아포짓 스파이커가 대부분인 외인 사이에서도 돋보인다는 점이다. 김연경은 리시브도 6위(효율 42.37%)에 매겨져 있다.
김연경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에, 흥국생명은 현대건설과 선두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 경기를 결승전으로 생각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도 김연경은 침착하다. 흔들리는 팀 분위기를 다잡는 것은 물론,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타이트한 상황’을 즐긴다. 그는 “워낙 어렵고 긴박한 경기를 많이 했다. 더 즐긴다. 여유롭고 힘들지 않은 것보다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순위 경쟁을 하기에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 매 경기에 따라 순위가 바뀐다. 집중력을 더 끌어올려서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1988년생으로 관리가 필요한 나이인 건 사실이다. 김연경은 “(나이가) 적지 않지만,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이나, (좋은) 음식 섭취 등에 집중한다. 앞으로 어려운 경기가 많은데, 관리를 더 잘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사실상 1위 결정전은 오는 12일 현대건설과 맞대결이다. 김연경은 “원정 경기다. (현대건설의) 형광 코트가 (흥국생명의) 핑크빛으로 물들었으면 한다”고 웃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