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9년 고민 끝에 만든 시프트다.”
LG가 전날 삼성에 시즌 첫 역전패의 아픔을 안겼다. 핵심은 7회초였다. 실점을 막으면서 역전의 발판을 쌓았다. ‘수비 시프트’가 통했다. 설명하는 염경엽 감독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염 감독은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전에 앞서 “어제는 질 경기였는데 이겼다. 7회초 무사 1,2루에서 점수를 주지 않은 것이 컸다. ‘75% 시프트’가 통했다. 내가 만들어서 ‘Y시프트’다”며 웃었다.
전날 2-3으로 뒤진 7회초 이우찬이 선두 김재성에게 볼넷을 줬다. 다음 김영웅이 번트를 댔고, 투수 정면이었다. 이우찬이 잡아 2루로 던졌는데 악송구가 됐다. 무사 1,2루에 몰렸다.
김지찬이 타석에 섰다. 역시나 번트를 댔다. 3루와 투수 사이 쪽이었다. 이우찬이 내려와 공을 잡은 후 3루로 송구해 2루 주자를 잡았다. 김성윤을 삼진으로, 구자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LG 쪽으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8회말 홍창기의 우월 솔로포가 터지며 3-3 동점으로 붙었다. 9회말에는 문보경의 우측 2루타, 박동원의 희생번트, 문성주의 결승 희생플라이를 통해 4-3 끝내기 승리까지 완성했다.
염 감독은 “100% 시프트는 위험부담이 있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를 하면 거의 안타가 된다. 혼자 9년 고민했다. 혼자 그라운드에 나가 시간을 일일이 재봤다. 현대 코치 시절 만든 시프트다. 75% 시프트다”고 말했다.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100% 시프트를 하면, 투수가 던지려고 다리 들 때 야수가 전부 움직인다. 타자가 보고 슬래시로 바꿀 수 있다. 75% 시프트는 아니다. 타자가 치는 것을 보고 움직인다. 타자도, 벤치도 압박을 느낄 수 있다. 타자가 슬래시로 바꿔서 치면 오히려 좋다. 야수가 미리 움직이지 않으니까. 치도록 강요하는 시프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가 작년에 Y시프트로 3루에서 23번 주자를 잡았다. 치도록 강제한 것까지 포함하면 40번은 될 것이다. 100% 시프트의 약점을 커버하려고 만든 것이라 보면 된다. 넥센 시절 일본에서 캠프 할 때 일본 팀들도 놀라서 뭔지 물으러 오고 그랬다”며 웃었다.
끝으로 염 감독은 “결국 코치들과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해도가 떨어지면 쉽게 할 수 없다. 2년차다.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잘 수행하고 있다. 덕분에 잘 통하고 있다”며 코치진 및 선수들을 칭찬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