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천=김용일 기자] 한국 여자 축구가 필리핀을 상대로 세 골 화력을 뽐내며 웃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FIFA랭킹 20위)은 5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필리핀(39위)과 A매치 평가전에서 최유리(버밍엄시티), 지소연(시애틀 레인), 장슬기(경주한수원)의 연속포로 3-0 완승했다.

한국은 오는 8일 같은 장소에서 필리핀과 2차전을 치른다.

벨 감독은 ‘17세 혼혈 공격수’ 케이시 유진 페어(엔젤 시티)를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웠다. 천가람(화천KSPO)과 지소연이 뒤를 받쳤다. 조소현(버밍엄 시티)과 장슬기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추효주(인천 현대제철)와 이은영(창녕WFC)이 좌우 윙백을 맡았다. 스리백은 심서연(수원FC 위민) 고유나(화천KSPO) 이영주(마드리드CFF)로 구성됐다. 골문은 김정미 골키퍼가 지켰다.

한국은 킥오프 1분 만에 천가람이 위협적인 오른발 슛을 때렸다. 필리핀도 5분 뒤 예리한 세트피스를 뽐냈지만, 전반 슛 수에서 한국은 12-2로 크게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골 결정력 부족이 따랐다. 유효 슛 수에서는 2-1로 비슷했다. 전반 13분과 30분 케이시, 천가람의 헤더 슛이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37분엔 지소연이 페널티에어링 왼쪽을 파고들어 오른발 슛을 시도했으나 상대 골키퍼 올리비아 맥다니엘 정면을 향했다. 전반 44분 지소연의 침투패스 때 천가람이 때린 슛은 골대를 때리고 물러났다.

한국은 초반 상대 밀집한 중앙 수비를 극복하는 데 애를 먹었으나 지소연과 천가람 등이 측면으로 벌려 뛰며 기회를 종종 잡았다. 하지만 득점과 거리가 멀었다.

수비진에서는 한 차례 실수가 나왔다. 수비수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고유나가 전반 16분 패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필리핀 공격수 사리나 볼든이 가로채 오른발 중거리 슛을 때렸는데 김정미가 막아냈다. 볼든은 지난해 필리핀이 여자 월드컵에서 개최국 뉴질랜드를 1-0으로 이길 때 결승골을 넣은 자원이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천가람 대신 유럽파 최유리를 투입했다. 그는 좌우 측면을 오가며 특유의 힘 있는 드리블 돌파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후반 10분 최유리의 오른쪽 크로스 때 공격에 가담한 고유나가 노마크 헤더 슛을 시도했다. 그러나 공은 골문 위로 벗어났다. 벨 감독도 벤치에서 크게 아쉬워했다.

3분 뒤 다시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최유리가 압박을 통해 상대 최후방 수비수 할리 롱의 공을 가로챘다. 빠르게 전진 드리블했고,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그러나 회심의 오른발 슛이 맥다니엘 골키퍼 다리에 걸렸다.

하지만 최유리는 두 번 실수하지 않았다. 후반 27분 찾아온 기회에서 기어코 선제골을 해냈다. 상대 수비수 제시카 코와트의 백패스 실수를 낚아챈 그는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든 뒤 오른발로 골문을 갈랐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케이시 대신 문미라(수원FC 위민)가 투입됐다. 후반 30분 프리킥 기회에서 추가골을 터뜨렸다. 키커로 나선 지소연이 상대 골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절묘하게 감아 찼다.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의 A매치 71번째 득점이다.

벨 감독은 후반 34분 지소연 대신 또다른 유럽파 공격수 이금민(브라이턴)을 투입하며 공격 기조를 유지했다.

용병술은 또다시 적중했다. 후반 42분 문미라가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절묘하게 힐패스를 내줬다. 장슬기가 달려들어 따낸 뒤 때린 슛이 골키퍼에게 걸렸지만, 침착하게 리바운드 슛으로 연결해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결국 한국은 후반 투입된 공격수들이 필리핀 수비를 제대로 흔들면서 세 골 차 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