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원성윤 기자] 키움 이형종(35)의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 12경기 연속 안타다. 투수 공략법을 제대로 찾은 모습이다. 홈런도 4개째다. 지난해 3개에 그친 때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형종은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7회 2사 1,2루에서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사실 카운트 싸움에선 불리했다. 투수 김상수가 커브와 속구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상태.

3,4구가 각각 위 아래로 빠졌다. 속구와 체인지업이었다. 5구는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바깥쪽 속구였다. 파울로 커트했다. 서서히 감을 잡기 시작했다. 수 싸움이 시작됐다. 6구는 속구. 바깥으로 한참 벗어났다. 7구는 유인하는 포크볼이 들어왔다. 존 바깥으로 빠졌지만, 커트하면서 직감했다.

이형종은 “이때 헛스윙이 될 뻔했다. 파울이 되면서 다음 공을 속구로 던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짧게 맞춰 쳤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상대 투수 전략을 정확히 간파했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김상수는 8구를 시속 143㎞ 하이-패스트볼을 던졌다. 이형종은 그대로 받아쳐 비거리 115m 좌월 쓰리런을 터뜨렸다. 4-1이던 점수가 7-1이 되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순간이었다.

이형종은 서울고 시절 투수였다. 2008년 LG에 입단해 투수로 활약했으나 부상 등으로 야구계를 떠났다. 골퍼로도 잠깐 활약했다. 그러다 2016년 재입단하며 타자로 전향했다. 2018시즌에 타율 0.316 홈런 13개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올시즌 초반 지표는 당시 이형종을 넘어설 기세다.

OPS(출루율+장타율) 1.048으로 리그 7위, 타율 0.333으로 공동 14위에 올라와 있다.

이형종은 “지난해에는 타율 앞자리 3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15경기 치렀는데 여전히 3을 보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라며 “출루율도 올해 좋다보니 타석에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현재 12경기 연속안타다. 타격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이형종은 “1안타라도 꾸준하게 나온다는 게 긍정적인 일”이라며 “분명히 페이스가 떨어질 때도 오겠지만 최대한 전력 분석도 하고, 몸 관리도 잘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키움도 상승세다. 최약체라는 전문가 예상을 뒤집고 3위(10승6패)로 도약했다. 그는 “지난해 팀이 소극적인 타격이 많았다. 올해 적극적으로 치는 걸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