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큰 기대를 걸고 데려왔다. 보장 금액만 1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부진하다. 선수도, 팀도 답답하다. 반등이 필요하다. SSG 로버트 더거(29) 이야기다.
SSG 배영수 투수코치는 “더거가 조금씩 적응하는 단계다. 공에 너무 많은 변화를 주려 한다. 또한 핀포인트 제구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 매몰됐다고 할까. 핀포인트로 100개 다 던질 수 있겠나.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 타자에 대해 조금 더 적응했으면 한다. 우리도 도울 수 있는 것을 찾아 열심히 돕고 있다. 퀄리티스타트(QS)도 한 번 했다. 아직은 조금 더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거는 올시즌 4경기 15이닝, 3패, 평균자책점 14.40을 기록 중이다. 퀄리티스타트(QS)도 한 차례 있기는 하다. 3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딱 6이닝 3실점을 만들었다.
다른 경기가 문제다. 6일 창원 NC전에서 3이닝 14실점(13자책)으로 무너졌다.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라는 불명예 기록이다. 12일 수원 KT전에서는 1이닝 4실점으로 또 조기에 내려왔다. KBO리그 데뷔 후 최소 이닝이다.
미국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특히 2023시즌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PCL)에서 뛰었다. 타고투저가 극심한 리그. 29경기 146.1이닝, 7승 10패 143탈삼진,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했다. 리그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다. 지난 시즌 PCL 올스타에 뽑혔다.
꾸준히 선발로 뛰었다. 강력한 구위에 변화구까지 갖췄다. SSG가 더거를 택한 이유다. 총액 90만달러(약 12억4600만원)를 안겼다. 보장액은 75만달러(약 10억3900만원)다. 스프링캠프에서 강력한 공을 뿌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문제는 시즌이다. 시범경기에서 썩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하니 SSG도 당황스럽다. 이숭용 감독은 “좋은 공이 있는데 너무 잘 던지려 하는 것 같다. 공격적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너무 코너만 보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배 코치는 “미국에서 던질 때 공의 무브먼트, 테일링에 신경을 쓴 것 같더라. 외국인 투수 중에 그런 선수들 있다. 여기서도 테일링을 강하게 주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타자들은 투수 무브먼트가 너무 좋으면 오히려 대응하지 않는 편이다.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가진 공도 좋다. 공인구 문제도 아니다. 자기 공을 살리면 된다. 너무 코너에 꽉 찬 공을 던지려고 하면 역효과다”고 강조했다.
평균으로 시속 145~146㎞의 속구를 뿌린다. 투심 구속도 비슷하다. 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까지 던진다. 다양한 구종이 있고, 구위도 갖췄다. 자기 공을 믿고 타자를 ‘잡으러’ 들어가면 되는데 그게 안 된다.
너무 잘 던지려다 볼이 되고, 그 볼이 쌓여서 볼넷이 된다. 올시즌 스트라이크가 191개인데 볼이 135개다. 볼의 비중이 41.4%에 달한다. 자연히 9이닝당 볼넷도 5.40개로 많다. 잘하고 싶은데 위기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과유불급이다. 좋은 것을 살리지 못하니 어렵다. 좀 더 단순하게 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호투도 나오고, 승리도 따라온다. 지금은 뭔가 복잡해 보인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