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 기자] “우리팀에 오면 되는데. 허허.”
KT 이강철 감독이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4 KBO리그 키움과 원정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 등록·말소 현황 종이를 유심히 들여다 봤다.
무릎까지 꿇고 자세를 낮춰 안경을 고쳐 쓴 뒤 한참을 바라봤다. 이 감독은 “글씨가 작아 눈이 잘 안 보여서 그랬다”며 미소지었다.
특히 맞대결을 펼칠 키움 엔트리 등록·말소 선수를 유심히 봤다. 키움은 투수 김동규, 내야수 이재상을 말소하고 내야수 김웅빈, 신준우를 등록했다.
이 감독은 “김동규가 투수인가?”라고 물으며 누군지 묻자 취재진이 지난해 최원태와 트레이드 카드로 묶여 LG에서 온 유망주라고 설명했고, 이 감독은 그제서야 “아! 그 키 큰 투수”라며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김동규의 2군행 배경에 대해 “1군에서 많은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선발 수업이 필요한 투수라 2군에서 많은 경기 등판을 위해 내려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이강철 감독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우리팀 오면 되는데”라며 웃었다. 국내 선발이 부상 등의 이유로 부족해 신인 투수가 번갈아 대체선발로 나서고 있는 KT의 현실을 비유한 말이다.
이 감독은 “우리팀에선 1군에서 선발로 던질 수 있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KT는 현재 ‘에이스’ 소형준 고영표가 부상으로 빠져있다. 엄상백도 제 컨디션이 아니다. ‘투수 왕국’ KT가 국내 선발이 무너지자 동력을 잃고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주저 앉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대팀 유망주라도 절실한 KT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