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강력한 악역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눈도장을 받은 배우 박성훈이 뜻밖의 소심하고 유약한 본체를 공개했다.
1일 방송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전재준,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눈물의 여왕’의 윤은성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한 배우 박성훈이 출연했다.
두 편의 작품이 모두 메가히트하며 급격한 인지도 상승을 겪고 있다는 박성훈은 “최근에 태국에서 영화 ‘열대야’를 촬영했는데 해외팬들도 알아보시더라. 식당에 갔는데 ‘거, 제발 좀 놔줘’라며 등짝 스매싱도 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런닝맨’ 나갔을 때는 5명 중에 한 두명 알아보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많이들 알아보시니까 부쩍 조심하게 된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마음으로”라며 웃었다.
평소 사주 앱을 자주 본다는 박성훈은 “2023년부터 일이 잘 풀린다. 2024년 더 잘되고, 2025년에는 집대성을 이룬다고 하더라”라며 용한 점괘를 소개하더니 “내가 (김)수현이한테도 전도하고 왔는데, 수현이가 ‘와, 내 지난 인생이 그대로 서술돼 있어’ 라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박성훈은 KBS2 주말극 ‘하나뿐인 내 편’(2019)의 장고래, ‘더 글로리’(2023)의 재준이로 불리는데 대해 “본명이 흔해서 좀 기억하기가 힘들다. 검색창에 박성훈 치면 64명 나오더라. 그래서 설명이 엄청 길었는데, 딱 기억해 주시니까 오히려 좋다”라고 말했다.
과천외고 출신인 전재준은 “배우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의아해하시긴 했다. 원래 내성적이고 세상 쫄보였다. 전역하기 전까지 불을 켜고 잤다. 귀신 나올까봐 무서워서. 그리고 화를 잘 못 낸다. 지금도 식당에서 ‘저기요’를 잘 못 한다”라고 말했다.
금수저 집안이라는 소문에 대해 박성훈은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지 못 했고, IMF 외환위기 이후에 많이 힘들었다. 아버지가 은행 다니시다가 그때 퇴사하셨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그는 “고교 때 엄청 가난해지면서 차비 말고는 돈이 없었다. 친구들이랑 영화 보러 갈 때도 햄버거 먹을 돈이 없어서 계단에서 기다리곤 했다. 군대 가서 8개월만에 상병 휴가 나간다고 전화했더니 엄마가 ‘안 나오면 안 되니?’ 하시더라. ‘엄마가 줄 용돈이 하나 없다’ 하셨다”라고 말했다.
10년간 연극무대에 올랐던 그는 “처음엔 1년간 5만원을 벌었다. 그때 ‘기생충’에 나오는 것 같은 지하방에 7년 정도 살았다. 장마철에 역류하면 물을 퍼내기가 힘들어서 솜이불에 빗물을 적셔 퍼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박성훈은 “아버지가 대중교통으로 신용카드를 배달하는 일을 하셨다. 그런데 신발을 벗으시다가 혈관이 터지면서 뇌출혈로 한 쪽을 못 쓰시게 됐다. 그렇게 강인해 보였던 아빠가 누구보다 약해진 모습을 보니까”라며 “대소변도 못 가리시고 말도 잘 못 하시고. 그 모습을 마주하기 힘들었다. 이제 조금 괜찮아지셨지만, 지금도 속상하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박성훈은 “연극하면서 돈 없을 때 매형이 누나 몰래 밥 사주고 용돈도 주시고 그랬다. 너무 감사해서 최근에 서울 오셨을 때 소고기 사드렸다. 부모님께도 3년 전부터 매달 용돈을 챙겨드린다. 엄마가 그날 유난히 기쁘셨는지 폭 안아주시더라”라며 웃었다.
박성훈은 가족에게 전하는 영상편지에서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는 “엄마 아빠, 항상 걱정이었던 막내 아들이 많은 분들 응원받는 배우가 돼서 ‘유퀴즈’에 출연하게 됐어. 허약하고 내성적인 아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가지 목표만 갖고 달려올 수 있었어. 조만간 찾아뵙겠다”라고 인사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