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과 넷플릭스 영화 ‘황야’, 오리지널 시리즈‘살인자ㅇ난감’까지, 배우 이희준의 최근 필모그래피는 광기와 공포로 가득찼다.
26일 개봉한 ‘핸섬가이즈’에서도 험상궂은 인상은 이어간다. 다만 사랑스러움을 가득 뿌렸다.
‘핸섬가이즈’는 목수 일을 함께하는 재필(이성민 분)과 상구(이희준 분)가 돈을 모아 마련한 전원 주택에 악령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영화다.
무섭게 생긴 얼굴 때문에 연쇄살인범으로 오해받곤 하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희준이 맡은 상구는 조금도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전 작품에서 본 적 없는 순수함이다.
코미디와 오컬트를 조합한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슬랩스틱 코미디를 무기로 예상 밖의 전개를 이어간다. 그 안에서 유머를 켜켜이 쌓은 인물들이 마지막에 폭발하는 대목이 화룡점정을 찍는다.
이희준은 “제 출연작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일부는 불편해하기도 했다. ‘핸섬가이즈’처럼 합심한 듯 좋아한 경우는 처음이다. 믿기지도 않고 들뜨기도 한다. 이 영화로 사람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영화 초반부터 재필과 상구는 비호감을 만든다. 눈을 희번덕거리고, 인상을 잔뜩 구겼다. 타인을 괴롭히려는 목적은 전혀 없다. 다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서 오는 불편하고 어색한 표정이다. 아무리 선행을 하더라도 표정 때문에 사람들과 지속해서 부딪힌다. 못생김을 연기하는건 이희준에겐 숙제였다.
“좀 어려웠어요. 무서우면서도 타인이 보기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어색한 표정을 주문했어요. 딱 짚이지 않았죠. 그래서 의상이나 소품에 의지했어요. 제작진이 준 핑크색 점프수트나 부황 자국이요. 대학생 친구들이 리액션을 정말 잘해줘서, 자연스럽게 무섭게 보였죠.”
오랫동안 연극판에서 호흡을 맞춘 적 있는 이성민과 영화에서 투톱으로 나섰다. ‘남산의 부장들’에선 권력 서열 1인자와 2인자로 맞수를 뜬 적이 있다. 여기에 신선하고 상큼한 이미지의 공승연이 붙었다. 세 사람의 호흡이 발랄하고 행복한 분위기를 이끈다.
“성민 선배님과 저는 20년 넘게 연기를 같이 해왔어요. 선배님이 불편한 게 있으면 바로 느껴요. 승연이는 현장에서 리액션을 정말 잘했어요. 식사 자리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요. 리액션이 좋으니까 저희도 편해지고 소통도 잘 되고, 조언도 쉬웠죠. 덕분에 앙상블이 잘 녹아났어요.”
올해만 해도 ‘황야’를 비롯해 ‘살인자ㅇ난감’, 디즈니+ ‘지배종’, ‘핸섬가이즈’까지 무려 네 작품이 나왔다. 이 외에도 연극 ‘그때도 오늘’과 ‘꽃, 별이 지나’의 무대에 섰다. 쉴 줄 모르고 일하고 있는 셈이다.
“엄청난 다작은 아니에요. 팬데믹 때 하나씩 찍었던 게 공교롭게도 하나씩 풀리고 있는 거예요. 워크홀릭은 맞아요. 연기할 때가 제일 행복해요. 연기를 안 하면 허전해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구현하고, 멋진 그림이 나오는 재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쉬는 시간이 불편해요. 24시간 연기 생각을 한다고 봐야죠.”
메소드를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늘 인물을 생각해 캐릭터에 쉽게 물드는 스타일이다. 악역을 맡으면 눈이 악인으로 변한다. ‘핸섬가이즈’의 상구는 순수한 인물이었다. 덕분에 아내에게 가정적인 남편이 됐다.
“와이프가 앞으로 이런 작품만 하라고 하네요. 데미지가 적었거든요. ‘살인자ㅇ난감’ 때는 악인으로 6~7개월을 살았어요. 괜히 시비 걸고 싶고 갑자기 화가 나고 그랬어요. 아내에게 짜증을 많이 냈어요. 그게 자연스럽긴 해요. 계속 그 인물을 생각하니까요. 상구는 평화롭잖아요. 사람들이 안 싸우길 바라는 순수함이 있어요. 와이프가 유독 좋아했어요.”
이희준은 45분 분량의 중편 영화를 제작했다. 직접 글을 썼고, 연출도 맡았다. 극단에서 오랜 친분을 가진 배우 진선규와 오의식이 힘을 합쳤다. 제목은 ‘직사각형 삼각형’이다.
“오랫동안 친분을 가진 분들이 제 영화에 힘을 보태줬어요. 무보수로요. 제가 다 갚아야 할 것이죠.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할 생각이에요. 안 뽑히면 다른 데 알아볼 계획이에요. 하하. 제목은 제가 ‘슬픔의 삼각형’을 좋아해서 이렇게 뽑아봤어요. 재밌게 보여드릴 날이 오길 바랍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