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ENA·SBS PLUS ‘나는 솔로’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A작가가 지난 달 21일 퇴사했다. A작가는 2021년 ‘나는 솔로’ 론칭부터 함께 한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다. A작가가 퇴사하면서 현재 ‘나는 솔로’ 팀에는 작가가 한명도 남지 않게 됐다.

A작가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이하 작가협회) 정회원이 되면 굳이 남대표의 (계약서) 도장이 없어도 재방송료를 받을 수 있으니 버티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퇴사하는 그 순간까지 표준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며 “나랑 비슷한 연차의 작가들이 모두 퇴사하고, 막내들만 남았을 때도 버텼다. 결국 막내들마저 퇴사했는데 작가 충원을 안 해준다고 해서 나도 그만뒀다”고 밝혔다.

사태는 지난 4월 ‘스포츠서울’의 단독보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남PD는 방송 엔딩크레디트에 딸 남인우 씨와 나상원, 백정훈PD를 작가로 명시했다. 딸이 자막을 쓰고 PD들은 기획,구성 등 작가 역할을 해 크레디트에 올린 것이라는 게 남PD의 주장이다.

작가들이 재방송료를 받을 수 있는 근거인 표준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방송가에서는 남PD가 작가들의 재방송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로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방송작가유니온은 남PD가 대표인 촌장엔터테인먼트를 서면계약위반과 방송작가에 대한 권리침해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하기도 했다.

A작가는“남PD는 PD들이 기획한 ‘나는 솔로’ 재방송료를 작가가 받는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컸다. 원래 금전문제에 예민했지만 지난 2월, 작가협회 정회원이 아닌 작가들도 협회에 신탁 후 재방송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변했다”며 “‘나는 솔로’는 ‘내가 만든 프로그램’인데 왜 작가들이 숟가락을 얹느냐며 작가의 역할을 무시했다. 문체부 신고를 당한 뒤에도 벌금을 내면 된다는 식으로 버텼다”고 폭로했다.

◇8년차가 메인 작가 역할까지…‘나솔사계’ 기획 참여했는데 고료는 반토막

A작가가 남PD와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ENA ‘스트레인저 1기’에 참여했던 A작가는 팬데믹 때문에 촬영 등이 지연되면서 프로그램을 그만뒀다. 이듬해인 2021년 4월 무렵 남PD의 전화를 받고 ‘나는 솔로’팀에 합류했다

“솔직히 저는 ‘나는 솔로’가 이렇게 잘 될지 몰랐어요. ‘스트레인저’처럼 3기 정도 방송되고 끝날 줄 알았죠. 입사 3주만에 첫 촬영을 갔는데 작가는 8년 차였던 저 한명이었어요. 남PD가 프로그램이 잘되면 저연차 작가를 뽑아주겠다고 약속했죠.”

묵묵히 버텼다. 부당한 지시도 “대표니까 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메인 작가는 없었다. 8년차인 A작가가 메인 역할까지 해야만 했다. 작가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연차 룰이 있기 때문에 A작가도 자신이 메인작가라는 표현을 삼갔다.

하지만 출연자 관리는 고스란히 A작가의 몫이었다. 17기 옥순의 경우 첫 미팅 뒤 2년 동안 A작가가 관리하고 꾸준히 설득해 출연을 결심했다. 성병 의혹이 제기된 13기 출연자, 방송 내내 화제였던 16기 출연자 등도 모두 작가가 관리해야 했다.

A작가는 “출연자 사전 미팅, 취재 등도 작가들의 역할이었다. 작가들이 줄줄이 그만두면서 출연자 미팅을 PD들이 하기 시작했다”며 “딸인 남인우 PD는 그런 미팅도 하지 않았다. ‘작가’면 다른 작가들과 구성회의를 하든지, 단체 채팅방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자막만 쓰는데 무슨 작가인가”라고 지적했다.

통상 프리랜서인 작가들은 방송 전 기획료를, 방송 뒤 각 회차 당 고료를 지급받는다. 고료는 방송 후 익월 지급이다. 하지만 A작가는 기획료를 받지 못했다. 고료도 월급처럼 받았다. 월급이 밀리지는 않았지만 표준계약서는 끝내 사인을 받지 못했다.

업무 외 일을 더했을 때도 제대로 된 고료를 주지 않았다.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나는 솔로 그후 사랑은 계속된다’(‘나솔사계’)를 기획할 때도 A작가가 참여했지만 작가고료는 절반 가량만 입금됐다.

◇실제 받을 수 있는 재방송료는 상반기 100만원 수준…그조차 아까워했다

현재 ‘나는 솔로’ 작가들의 신탁을 맡은 작가협회가 SBS PLUS와 ENA와 재방송료 소급 적용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A작가는 “SBS PLUS에 문의하니 내 경우 메인 작가도 아니고 작가협회 정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상반기 재방송료는 500만원 정도 지급받는다. 500만원을 혼자 받는 게 아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작가협회에 재방송료를 신탁한 작가들과 나눠 갖는다. 그래도 10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털어놓았다.

메인 작가였다면 상반기 재방송료는 약 8000만원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작가협회 정회원도, 메인 작가도 아니기 때문에 재방송료는 줄어든다. 남PD는 3년간 고생하며 손발을 맞춰온 작가가 재방송료로 100만원을 받는 것 조차 아까워했다는 것이다.

이날 A작가와 동석한 ‘나솔사계’ 전 작가였던 B작가는 “약 3개월간 일했지만 입사할때부터 퇴사하는 순간까지 표준계약서를 써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남PD는 전지적 PD시점이라 작가들의 권리를 무시했다. 재방송료는 방송사가 지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까워했다”고 말했다.

결국 A작가는 촌장엔터테인먼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프리랜서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 남PD에 퇴직금을 요구했다. 남PD는 1000만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했다. A작가가 원래 받을 수 있는 퇴직금보다 다소 적은 금액이지만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A작가는 “작가들이 모두 떠날 때도 남PD는 사과 한마디를 안했다. 엔딩 크레디트는 작가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제발 남PD가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2차 가해를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