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방송인 서정희가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방송 도중 남자친구 김태현씨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받았다.
2022년 갑작스러운 유방암 투병, 2023년 이혼한 전남편 서세원의 돌연한 사망 등 힘든 시기를 보냈던 서정희는 1년 전인 5월 같은 방송에 출연해 전 심각한 가스라이팅(정신적 지배) 상태를 드러낸 바 있었다.
4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서정희가 교제 중인 6세 연하의 연인 김태현씨와 등장했다. 1년 전에 비해 밝고 건강해진 서정희에 대해 딸 서동주는 “예전에는 엄마가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라면서 연애 후 애교 넘치는 엄마의 이면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돌연 사망한 전남편 서세원에게 심각한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서정희는 여전히 일상의 루틴에 집착하고, 루틴에서 벗어나면 공황장애를 겪는다고 했다.
그는 “과거의 결혼생활은 좋은 기억보다 공포스러운 기억이 너무 많았다. 어떻게든 남편이랑 떨어지려고 했다. 그래서 애들 레슨을 따라다니고 목욕탕을 지나치게 많이 가거나 그랬었다”라고 말했다.
서동주는 “엄마가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잃으면 패닉이 온다. 예전에 일상 루틴이 집-교회-목욕탕 뿐이었다. 그렇다보니 루틴을 벗어나면 그저 내비게이션을 다시 찍으면 되는 일인데도 부들부들 떨고 힘들어 하더라”라고 말했다.
서정희는 “나는 루틴이 정확해야 한다. 손님이 3명 온다고 했는데 4명이 와도 패닉이 온다. 루틴을 벗어나면 땀을 흘리고 공황장애가 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사람이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 자기 통제력이다. 이걸 타인에게 뺏기면 살 수가 없다. 어찌 보면 스스로 결정할 것이 거의 없이 뺏긴 채로 살아왔다면, 유일한 자기 통제력(루틴)을 동아줄처럼 잡고 살아왔을 수 있다” 라고 분석했다.
서정희는 집에서도 항상 정리정돈을 하고 물건들을 칼각으로 유지했다. 자신의 물건에 도장을 찍어 이름을 새기는 습관이 있었다. 오 박사는 “물건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시던데 보통 사람은 스스로를 계속 확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되뇌며 계속 확인한다. 그런 심리가 좀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서정희는 “내가 ‘안네의 일기’를 좋아했는데, 혼자 있을 때마다 그렇게 일기를 썼다. 밖에 있는 건 뺏길 수 있지만, 내가 기록하는 건 뺏기지 않으니까”라며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었던 것들을 떠올렸다.
음식에 대한 집착이 많다는 서정희는 “결혼생활 하면서 먹는 걸 많이 차단당했다. 그러다 보니 음식 앞에서 내가 사자가 포효하는 것 같다고 한다. 남들이 보면 이상할 정도로 음식에 집착한다. 누가 그만 먹으라고 하면 욱한다”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자기 통제권과 자기 결정권을 뺏긴 세월이 길어서 그걸 부정 당하는 느낌이 들면 욱하는 거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몸을 만지며 ‘나는 서정희다. 오늘 먹지 않아도 내일 먹을 수 있어. 언제든지. 내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라고 스스로 다독여보시라”라고 조언했다.
서동주는 암 투병과 아버지의 돌연한 사망을 잘 이겨낸 엄마 서정희에게 “엄마가 이 시기를 잘 견뎌줘서 고마워. 새로 태어난 엄마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고맙고, 살아줘서 너무 고마워”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제 삶의 고민을 털어놓을 남자 어른이 없었다. 아저씨는 나에게 아빠 그 이상의 존재다. 그동안 나에게 없었던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정말 마음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엄마와 오래 행복하시고, 그 옆에 제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서정희의 연인에게도 진심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태현씨는 방송 전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는 “몇해 전 당신은 힘없이 심연으로 내려가던 내게 ‘나한테 업혀요’라며 등을 내밀었다. 상처투성이의 나를 넉넉히 품고도 남을 만큼 포근했다. 이제 내 등을 당신께 내드리겠다. 함께 걸으면 당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 곳에 훨씬 많다는 걸 알아가고 느끼며 더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업혀요. 이제 아무 걱정 말고”라며 눈물로 프러포즈 했다.
눈물을 흘리는 김태현 씨를 보며 서정희는 “난 눈물이 안 난다. 너무 기뻐서. 이제 내가 날 수 있구나. 너무 행복하다. 등에 업힐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