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앞으로 2년이다. 계획만 놓고 보면 그렇다. 2026시즌이 끝나면 잠실구장은 사라진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야구장으로 개조한 주경기장이 잠실구장을 대체한다. 그리고 2032년에는 야구계 모두가 염원했던 잠실돔 시대가 열린다.

희소식이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작은 아쉬움도 남는다. 수많은 이들의 추억이 쌓인 잠실구장이 사라진다는 점이 그렇다. 1985년부터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잠실구장을 사용해온 LG와 두산은 특히 그렇다. 영광과 환희, 좌절의 순간이 수북이 쌓인 곳인데 2026시즌을 마치면 이별해야 한다.

LG와 두산이 늘 치열하게 싸운 곳이다. 올시즌도 그렇다. 나란히 상위권에 자리했다. 2020년과 2021년에 그랬던 것처럼 포스트시즌 잠실 더비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한 번도 한국시리즈(KS) 잠실 더비는 열리지 않았다. 단일리그 체제 기준 LG가 3번, 두산이 4번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해 KS 직행 티켓을 따냈다. 7차례 KS 잠실 더비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한 팀이 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KS 잠실 더비가 열리면 KBO리그 최초의 단일 구장 KS가 된다. 더그아웃과 응원 단상 위치만 1·3루를 이동하고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똑같다. KS 기간 인근 상권도 호황이 보장된다. 정규시즌 잠실 더비 후 거리에 가득한 양 팀 유니폼이 KS 기간 내내 빼곡히 들어찰 것이다.

메이저리그(ML)와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연고지가 같아도 다른 구장을 쓴다. 월드시리즈든 재팬시리즈든 같은 장소에서 모든 경기가 열릴 수 없다. 2000년 뉴욕 양키스와 메츠가 월드시리즈에서 마주했을 때 양키스타디움와 셰이 스타디움을 오가며 시리즈를 치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잠실구장 KS가 가능한 기간은 올시즌 포함 3년뿐이다. LG와 두산 모두 전력상으로는 2026년까지 상위권에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팀 중 한 팀이 정규시즌 1위. 다른 한 팀이 플레이오프를 통과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뤄지면 더할 나위 없는 진풍경인데 3년 내로 이뤄질지 아무도 모른다.

2026년 잠실구장에서 열릴 마지막 경기 매치업은 벌써 관심이 쏠린다.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순간에 LG와 두산 중 한 팀은 있고 한 팀은 없을 수 있다. 그래서 이왕이면 두 팀이 다 있는 게 좋다.

한편 잠실구장이 철거되면 구단 시설도 주경기장으로 이동한다. 현재 잠실구장 안에 자리한 LG와 두산 프런트 사무실 또한 주경기장 안으로 들어간다. 면적만 놓고 보면 주경기장이 잠실구장보다 크다. 공간 여유는 충분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