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지난 6일 종영한 SBS 금토 드라마 ‘커넥션’(극본 이현, 연출 김문교)은 시청률과 작품성 모두를 잡은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 재경(지성 분)을 중심으로 20년간 이어진 변질된 우정과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분출시켰다는 평가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빌런 검사’ 박태진 역의 권율은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평가를 받은 감사한 작품”이라고 답했다. 태진은 검사라는 직업으로 명예를 추구하는 한편, 마약을 유통하며 부를 축적하는 등 끝없는 욕망을 갈구한다. 심지어 죽은 준서(윤나무 분)의 아내 지연(정유민 분)과 사랑을 나누고 살인교사도 서슴치 않는다.

권율에게는 이런 태진을 섬세하게 디자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늘 냉철했던 태진은 10회에서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기자 오윤진(전미도 분)를 향해 폭주한다. 용암처럼 달아오른 얼굴로 윤진의 목을 짓누른다. 김문교 PD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충격적 얼굴”이라 평했다. 권율은 “그 장면부터 태진의 2막이 시작된다”며 “태진의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했던 장면”이라고 돌아봤다.

‘커넥션’은 뒤틀린 우정에서 이야기가 파생된다. 권율은 “고등학생 때부터 비틀린 친구 간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며 “친구 사이의 계급 관계가 사회에서도 그대로 연결돼 한편으로 서글펐다”라고 말했다.

준서는 죽으며 단서를 남겼다. 친구 재경(경찰)-윤진(기자)-주송(보험설계사)이 단서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마침내 ‘태종치’(태진·종수(김경남 분)·치헌(차엽 분))의 ‘커넥션’을 밝혀냈다. 최종회서 모든 걸 털어놓은 태진은 금형약품 연구원인 상의(박근록 분)가 쏜 총에 사망한다. 14회까지 쉴 틈 없이 몰아치던 ‘악’의 중심엔 태진이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6회분을 다 읽었어요. 사건이 복잡하지 않고 제가 풀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죠.후반부에도 이야기가 쭉쭉 치고 나가는데, 캐릭터에 대한 방향성과 빌드업이 대본 안에서 생물처럼 흘러가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배우들은 따로 집에 모여 연기를 할 정도로 연습에 매진했다. 권율은 “쉬는 날 저희 집에 모여 4~5시간씩 연습했다. 가정이 있는 친구도 있고 다들 바빴지만 즐기면서 가장 뜨겁게 준비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태진은 학창 시절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검사로 명예도 가졌다. 다만, 친구인 금형그룹 부회장 원종수만큼의 부를 갖진 못했다. 이것마저 갖기 위한 욕망이 그를 파국으로 이끈다.

권율은 “가난하다는 출생에 대한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가진 존재”라며 “자기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밀어붙이면서 모든 걸 잃게 했다”고 해석했다.

‘커넥션’과 더불어 최근 방송 중인 JTBC ‘놀아주는 여자’와 종영한 ENA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까지 모두 검사 역을 연기했다. 슈트가 잘 어울리지만 이제 다른 의상을 입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전했다.

“이젠 악역보단 다른 얼굴을 하고 싶단 욕심도 있죠. 나사 두 개 정도 풀린, 백수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웃음). 슈트가 아닌 트레이닝 복 입고, 잘 씻지도 않는 그런 잉여 인간을 해보고 싶네요. 물론 좋은 악역이 또 들어오면 해야죠.”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