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배우·작가·PD 등 모여 ‘창작자연대’ 25일 출범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미국작가조합(WGA)·미국감독조합(DGA) 회원인 저는 북미에서 ‘기생충’, ‘옥자’ 스트리밍에 따른 저작권료를 꾸준히 받고 있다. 한국에선 드라마 작가 등은 스트리밍에 따른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창작자를 보호하는 저작권법이 필요하다.”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 등 영화감독·배우·작가·PD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향해 ‘정당한 보상’을 외쳤다.

‘K-콘텐츠 ‘정당한 보상’을 위한 창작자 연대’(이하 ‘창작자연대’)가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창작자연대에는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독립PD협회 등 5개 단체가 포함됐다.

‘창작자연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지난해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 흥행에 성공했다”라며 “밥 아이거 디즈니 CEO는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덕에 회사의 실적이 크게 뛰었다며 추켜세웠다. ‘오징어 게임’으로 넷플릭스가 얻은 수익은 1조 원에 달한다”라며 글로벌 OTT가 세운 실적을 내세웠다.

이어 이들은 “작가, 배우, 감독 모두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저작권법상 ‘영상저작물 특례’ 그 때문에 영상 제작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 저작권법 때문이다. 별도의 특약을 맺지 않는 한 창작자는 글로벌 OTT 성공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창작자연대’ 대표를 맡은 정재홍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창작자의 작품이 친자식이라면 저작권은 친권과 다름없다”며 “저작권을 빼앗긴 창작자들은 창작활동에 매진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K-콘텐츠 창작에 종사하는 우수한 인재들이 급격히 빠져나가 K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OTT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또 넷플릭스 안에서도 창작자 수익 배분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에서 제작된 ‘오징어게임’과 스페인에서 만든 ‘종이의 집’의 보상 차이에는 저작권법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영웅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창작자들이 자국내에서 아직 보장받지 못한 ‘정당한 보상’을 최근 스페인의 실연자단체(AISGE)와 맺은 협약을 통해 스페인에서 먼저 받았다”라며 “이제는 ‘창작자 연대’가 힘을 모아 저작권법을 개정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창작자들의 열의와 땀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세계적인 거장인 봉준호 감독 또한 영상을 통해 “정당한 보상은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최소한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봉 감독은 “영화 ‘기생충’ OST ‘소주 한 잔’의 작사가로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꾸준히 저작권료를 받아오고 있다. 법이 잘 정비가 돼 있기 때문에 혜택 받고 있다”며 “프랑스, 스페인도 비슷한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 창작자들이 가장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호 받을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는 “21세기에 디지털 기반의 메이저 플랫폼이 매절계약을 강제하는 행위를 방어할 수 있는 논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전세계 문명국 중 매절계약을 보호하려는 나라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국내 미디어 환경에 일침을 가했다.

실연자를 대표해 무대에 선 배우 김명수도 “현실의 문제를 외면한다면 창작활동이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엔 창작 인력이 줄어들어 결국은 지금과 같은 K-콘텐츠의 위상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창작자 연대’는 이를 위해 법률 연구 용역, 토론회 및 공청회 등 본격적인 법 개정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