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 기자] 언제나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에 어느 순간부터 수염이 듬성듬성 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입가에 수포도 보였다. 수염을 깎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냐는 물음에 반전 대답이 돌아왔다. KIA 이범호(43) 감독 얘기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키움과 원정경기에 앞서 이 감독과 사전 브리핑을 위해 만났다.

깔끔했던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이 감독 얼굴에 수염과 수포가 보였다. 넌지시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냐”고 물으니 이 감독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수염은 왜 기르시냐”고 다시 물으니 이 감독은 웃으며 “강하게 보이려고 그랬다”는 엉뚱(?) 답변을 했다. 이 감독은 “수염을 길러보면 상대팀에 강하게 보이지 않을까 했다. 시간이 없어서 면도를 못 한 건 아니”라며 미소지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이 감독은 KIA의 리그 선두를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골몰한다. ‘초보 감독’이라 운영이 미숙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남몰래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KIA 관계자는 스포츠서울에 “감독님이 경기 시작 6시간 전에 출근해서 전력분석팀이 보내온 자료를 훑어보신다. 단순히 읽어 보기만 하시는게 아니라 종종 추가 자료를 요청해 더 자세히 분석하신다”고 전했다.

그 결과 이 감독은 어떤 선수에 관해 물어도 막힘없이 선수의 상황과 컨디션, 전날 퍼포먼스를 줄줄이 말하곤 한다. 불펜 투수들의 투구 수까지 외워 다음날 경기를 준비한다.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챙기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날도 KIA 포수 김태군이 먹을 것을 들고 어딘가로 향하자 김태군을 불러세워 농담했다. 매번 선수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과 말투로 말을 거는 이 감독이다.

요리사가 아무리 뛰어나도 재료가 나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 KIA 선수단이라는 재능 많은 좋은 전력을 손에 쥔 이 감독이 감독 데뷔 해인 올해부터 호성적을 내는 것도 뜨거운 가슴을 바탕으로 차가운 머리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언제 면도하실 거냐”는 물음에 “이번 주말 3연전 LG와 원정경기까지 수염을 기를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어 보인 이 감독은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관중이 가득 들어찬 관중석을 보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