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08 SUV는 몇년전 개인적으로 꼭 타고 싶었던 차였다. 상황은 이랬다. 유럽에서 세달간의 자동차 여행을 계획했다. 기차나 버스가 아닌 자동차 여행이었기에 차량 선택은 매우 중요했다. 특히 가족여행이었기에 빈틈없는 안전과 넉넉한 공간을 만족시킬 차가 필요했다. 최종 선택은 푸조 3008 SUV이었다.

그러나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기 마련. 내가 어영부영하는 사이 리스할 수 있는 3008 SUV는 동이 났다. 결국 푸조 308 왜건형을 빌려 유럽 60여개 도시를 누볐다. 비록 SUV가 아닌 왜건을 몰았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 푸조에 대한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이유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몇년전 바랐던 3008 SUV보다 한단계 위 모델이다. 2016년 출시했고 2020년 부분변경 후 2021년 국내에 출시한 푸조 5008 SUV이다. 유럽에서 3008 SUV를 몰지 못한 한풀이 하기에 딱 맞은 차량이다. 5008 SUV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공식 의전 차량이기도 했다.

차량의 첫 인상은 스타일리시하다. 전면부는 일체형 프레임리스 그릴과 사자 송곳니를 형상화한 시그미처 주간주행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3D LED 리어램프와 순차적으로 점등하는 LED 방향지시등도 입체적이다. 측면은 전체적으로 직선감을 살렸고 펜더 부분의 볼륨감이 상반된 균형미를 이룬다.

외양은 7인승이지만, 그리 크지 않게 다가온다. 그렇다고 내부 공간이 좁은 건 아니다. 합리적 가격에 동급 최고 수준의 공간활용성을 자랑한다. 푸조 5008 SUV는 EMP2 플랫폼을 적용, 5m급 SUV 수준의 휠베이스(2840mm)를 구현했다.

3008 SUV과 비교하면 휠베이스는 165mm, 전장은 190mm 더 길다. 2열 무릎 공간도 60mm가량 넓다. 패밀리카의 미덕은 공간적 여유에서 나온다.

내부는 비행기 조종석인 콕핏에 들어온 느낌이다. 대시보드의 8인치 디스플레이 아래 위치한 토글스위치가 시그니처다. 모양 자체가 항공기 조종석 설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요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수 있게 배치했다. 외관을 고급스럽게 만드는 셀레베스 블루와 대조되는 실내의 와인빛 시트도 몸을 편안하게 받아준다. 오랜 시간 운전해도 피로감이 적다.

또한 실내에도 1.5리터 생수병을 적재할수 있는 센터콘솔과 4개의 컵홀더 등 약 38리터의 추가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시트에 장착된 접이식 테이블도 유용하다.

부드러운 주행감은 만족스럽다. 품고 있는 내적공간에 비해 차량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 도심운전이 부답없다. 고속도로에서도 밟는대로 충분한 힘을 낸다. 1.2 퓨어테크 가솔린 터보 엔진의 공인연비는 복합 12.1 km/ℓ다. 1.5 및 2.0 블루HDi 디젤은 각각 복합 16.1 km/ℓ와 15.0 km/ℓ다.

각종 첨단 운전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차선유지, 비상제동, 차선이탈방지, 사각지대경고시스템 등이 안전운전을 돕는다.

다음 여행에선 푸조 5008 SUV를 타고 넓은 세상을 누비고 싶다. 공간이 넉넉해 다양한 조리기구, 식사도구에 밥솥까지 가지고 다닐수 있다. 캠핑 의자와 테이블도 트렁크에 실어 풍경 좋은 곳이면 어디든 멈출수 있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