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총성이 멈췄다. 위대한 기다림은 끝났다. 직접 보러 와라. 텔레비전으로 방송되지 않을 거야.”
형제의 갈등은 멈췄지만 티켓을 구하려는 전 세계 팬들의 소리 없는 전쟁은 온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1990~2000년대 브릿팝 전성기를 이끈 밴드 오아시스의 재결합 콘서트 티켓 100만장이 하루만에 동나면서 1000만원짜리 암표까지 등장했다.
오아시스는 지난 달 30일(이하 현지 시각) 오후, 2025년 영국 전역에서 열리는 라이브 투어 공연 티켓 사전판매를 진행했다.
이들은 내년 7월 4~5일 영국 카티프 프린시펄리티 스타디움(7만 8000석)을 시작으로 7월 11~12일, 19~20일 자신들의 고향인 맨체스터 히턴 파크, 7월 25~26일,8월 2~3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9만석), 8월 8~9일 에딘버러 스코티시 가스 머레이필드 스타디움(6만7800석), 8월 16~17일 아일랜드 더블린 크로그 파크(8만 2300석) 등에서 공연한다. 객석규모는 영국 내에서만 약 100만석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전설의 귀환’에 100만석으로는 부족했다. 티켓 공식판매처인 ‘티켓마스터’와 ‘트윅켓츠’ 사이트에는 전 세계 팬들이 몰려 수 시간 동안 접속 장애가 벌어졌다. 운이 좋아 접속에 성공해도 지루한 대기를 이겨내야 했다.
실제 이날 오후 스마트폰과 PC를 이용, 티켓마스터에 접속을 시도했지만 티켓 판매 창에 도달하기까지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원하는 좌석을 클릭해도 튕기기 일쑤였다.
카티프 공연 티켓을 구한 40대 직장인 은지영 씨는 “4시부터 접속해서 약 5만 명의 팬들과 대기 경쟁을 펼쳤다. 티켓 결제 후 재접속해보니 대기 인원 수가 20만 명이 넘어섰다”고 혀를 내둘렀다.
100만장에 달하는 티켓은 10시간만에 동이 났다. 이후 암표상들이 활개를 쳤다. 스텁허브, 비아고고 등 글로벌 중고 티켓 거래 사이트에선 오아시스의 첫 공연 무대인 카티프 프린시펄리티 스타디움 공연이 4519파운드(한화 약 795만원) 가격에 나왔다.
영국 공연계 심장부인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암표는 6000파운드(약 1055만원)까지 치솟았다. 이곳은 지난 2019년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이 공연해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결국 오아시스가 공식 성명을 통해 “허가받지 않은 암표는 취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암표 가격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인 오아시스는 1991년 밴드 결성 후 1994년 첫 번째 앨범 ‘데피니틀리 메이비’ (Definitely Maybe)를 발표하며 정식 데뷔했다.
이듬해 발표한 두 번째 앨범 ‘왓츠더 스토리 모닝글로리’(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수록곡 ‘원더월’(Wonderwall), ‘돈트룩백인앵거’ (Don’t Look Back in Anger) 등이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제2의 비틀스’라는 칭호를 얻었다. 정규 음반 7장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음반 판매량만 9000만여장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첫 내한해 내한 가수들의 떼창문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팀의 주축인 노엘 갤러거와 프론트맨인 보컬 리암갤러거 형제가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지난 2009년 해체했다. 형인 노엘 갤러거는 지난 7월에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내한 공연을 펼치며 1만 8000여 팬을 만났다.
오아시스는 영국 투어를 마친 뒤 여타 대륙으로 공연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국에 대한 형제의 애정이 큰 만큼 아시아 투어를 할 때 한국도 거칠 것으로 관측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사장은 이들의 재결합 소식이 전해진 뒤 “한국에 오시면 진심으로 잘해드리겠다”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남기기도 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