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세계 1위는 단단한 벽이었다. 28년 만에 패럴림픽 무대에 나선 한국 여자 골볼대표팀(세계랭킹 15위)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도 희망을 봤다.
한국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여자 골볼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튀르키예에 3-6으로 졌다.
앞서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승점 4), 3위로 8강에 오른 바 있다. 튀르키예는 일본을 2-0으로 꺾은 브라질과 결승전을 다툰다. 또 다른 준결승전은 중국-이스라엘 경기로 펼쳐진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김희진(30), 서민지(23), 심선화(32·이상 서울특별시청)가 먼저 나섰다. 그러나 경기 시작 53초 만에 세브다 알트노룩에게 첫 골을 허용했다. 2분33초에 다시 알트노룩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5분35초 페널티드로우를 얻어 서민지가 성공시키면서 1-2로 따라갔다. 6분29초와 6분42초에 다시 실점했다.
전반을 1-4로 끝낸 한국은 후반 심선화가 두 골을 넣었으나 결국 전반 벌어진 점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튀르키예에서는 알트노룩이 4골을 넣었다. 알트노룩은 2020 도쿄대회 때 남녀 통틀어 최다골을 넣은 선수다.
정은선 감독은 경기 후 “강팀 상대로 선제골을 먹을 수는 있는데 너무 빨리 나왔다. 조금 늦게 실점이 나왔다면 오히려 저쪽이 더 조급해졌을 것”이라면서 “이제껏 튀르키예와 붙었던 결과를 생각하면 제일 좋은 성적이었다. 일방적이지 않았고, 필드골도 넣고 페널티 드로우도 성공시키면서 끝까지 맞붙어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김희진을 비롯해 서민지, 심선화, 김은지(33), 박은지(25·이상 충청남도장애인체육회)로 구성된 여자 골볼 대표팀은 2022년 12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골볼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하면서 패럴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처음 획득한 출전권이다.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유일의 구기 종목이기도 했다.
김희진은 “28년 만에 잡은 기회라서 너무 기적 같았고 너무 꿈 같은 시간이었다”면서 “지금은 28년 만에 나왔지만 앞으로는 매번 패럴림픽이 개최될 때마다 나와서 저나 후배들이 계속 우리나라 골볼을 알릴 수 있도록 열심히 잘 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8 LA 패럴림픽을 위해 영어도 열심히 배우겠다고 했다.
골볼은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다. 시각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참가 선수 모두 공평한 조건에서 경기하도록 눈가리개를 사용한다. 3명의 선수로 구성된 2팀이 전·후반 각 12분씩 소리 나는 공으로 상대 골대를 향해 공격하고 수비를 하게 된다.
아쉽게 메달 사냥을 끝낸 한국은 4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국 프랑스와 7~8위전을 치른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안방 팬들의 일방적 응원을 받은 프랑스를 6-1로 제압한 바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