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범죄도시’(2017) 속 ‘장첸’이었다. 한때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다. 윤계상의 압도적인 연기가 객석에 있던 관객들의 숨을 죽였다.
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악역 ‘황해’의 면정학(김윤석 분)에 필적하는 강력한 인물을 표현한 윤계상은 다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지극히 평범한 시민을 그려내려 했다. 영화 ‘유체이탈자’ ENA ‘유괴의 날’ 등 최대한 악인의 색을 빼려 했다.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도 비슷한 궤를 그린다.
윤계상이 연기한 구상준은 평범하다 못해 구질구질하다. 한적한 시골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특별한 야망 없이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경매에 나온 모텔을 인수해 새 출발을 염원했다. 하지만 연쇄살인마 지향철이 그의 모텔에서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면서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윤계상은 “‘범죄도시’ 이후로 강렬한 악역이나 깨부수는 캐릭터들을 많이 제안받았지만,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역할은 더러 있었지만, 박복한 구상준은 새롭다. 200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아이돌 그룹 GOD의 윤계상이 가난하다 못해 불쌍한 얼굴을 표현한다는 건 신선한 지점이다.
“박복한 역할은 처음이었어요. 이미지 변신은 잘 된 것 같아요. 이 드라마에 상준 역할의 의미가 잘 전달이 된 것 같아요. 상준은 때 묻지 않고 그저 열심히 사는 사람이죠. 하지만 어떤 비극으로 바닥까지 떨어져요. 하물며 그때의 슬픔은 가늠조차 되지 않고요. 그래서 촬영할 때도 온전히 상준의 마음에 집중하려 노력했어요. 보시는 분들도 다들 불쌍하다, 슬프다 이렇게 해주셨어요. 그럼 된 거 같아요.”

구상준은 연쇄살인마 지향철이 모텔 앞에 잠시 주차해둔 것을 보고 호의를 베풀어 모텔로 들이게 된다. 이 작은 호의가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진다. 구상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윤계상은 단순한 피해자로 묘사하지 않았다. 선한 행동으로 오히려 비극의 씨앗이 된 인물의 복잡한 내면 찾아내려 했다. 섬세하게 다듬어고 훌륭히 그려냈다. 외적인 변화도 줬다. 젊은 시절 상준을 보여주기 위해 평소 몸무게보다 6kg 가량 증량했다.
“젊은 시절 상준을 보여주기 위해 증량했다가 늙은 상준으로 가기 위해 3주만에 14kg을 감량했어요. 평소에도 슬림한 체형을 유지했기에 그렇게 몸무게를 줄이고 나니 뼈 밖에 남지 않은 몸이 됐죠. 욕심을 좀 냈어요. 그만큼 이 작품이 좋았어요.”
작품을 보면 윤계상의 이러한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젋은 시절에서 노인으로 넘어가는 극적인 장면들이 그의 열정 덕분에 더욱 강렬하게 표현됐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이번 작품을 두고 ‘어려운 작품’, ‘불친절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는 드라마가 복잡한 구조와 다층적인 이야기 전개로 진행된 결과였다.

“저는 대본에서 먼저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거라 예상했어요. 이 드라마는 여러 이야기가 얽혀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처음엔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윤계상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 때문이다.
“무너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매번 작품이 어렵다고 느껴져요. 가끔 이미지가 소모된다고 생각하는 작품도 있어요. 이 작품은 배우로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어요.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선택하기로 한 이상 해내고 싶었어요.”
작품마다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는 윤계상의 차기작도 정해졌다. 그는 한국 최초 럭비를 소재로 다룬 스포츠 드라마 SBS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다. 이 역시도 도전이다.
“지금 촬영 중이에요. 배우로 의미있게 존재하려면 색다른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제 필모그래피가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역할을 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어요.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뿐 입니다.” khd998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