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황혜정 기자] “이 미트엔 사연이 있어요.”

키움 내야수 최주환(36)은 올시즌 키움 주전 1루수로 117경기 출장했다(10일 기준). 올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키움에 오기 전까지 최주환의 주 포지션은 2루수였다.

그러나 키움엔 주전 2루수 김혜성이 있고, 1루가 무주공산인 가운데 최주환이 키움 주축 1루수가 됐다. 1루수는 글러브 대신 포수 미트와 비슷하게 생긴 1루수용 미트를 쓴다.

그 전 소속팀에서도 가끔씩 1루수로 나섰겠지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루수로 나선 것치고 글러브가 많이 낡아보였다. 이에 최주환에게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미트냐”고 물으니 최주환은 웃으며 “이 미트엔 사연이 있다”고 말했다.

사연이란 이렇다. 이 미트는 최주환이 절친한 벗에게 선물한 미트다. 그 벗은 야구를 일찍 그만둔 친구였다. 최주환은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 선물로 사줬다. 그 친구는 지금 야구를 그만뒀다. 그랬다가, 2018년 당시 두산에서 1루수로 갑자기 뛰게 돼 친구에게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급하게 써야 해서 새 글러브를 살 수 없으니, 길이 잘 들어있는 자신이 친구 생일 기념으로 선물한 글러브를 급하게 빌린 것이다.

그렇게 최주환은 이 미트를 2018년부터 갖고 다녔다. 낡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미트인 셈이다.

최주환은 이 미트로 올시즌 키움 1루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최주환의 올시즌 타율이 0.239에 불과하지만, 수비에서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바로 이 미트를 끼고서 말이다.

최주환은 “전문 1루수로 풀타임 뛰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내 장점은 유연성이라 최대한 다리를 찢을 수 있는 만큼 찢어서라도 야수들의 송구를 잡으려 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공을 잡아서 아웃카운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도 수차례 “최주환이 1루를 잘 지키고 있다. 가끔은 결정적인 호수비로 흐름을 바꿔놓는다”고 했다.

절친에게 선물로 준 미트가 다시 최주환에게 돌아왔고, 그는 이제 이 미트로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포지션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최주환은 “시간이 정말 금방 가는 것 같다. 새로운 팀에 왔는데, 키움 시스템과 나는 잘 맞는 것 같다”라며 미소지었다.

이제 시즌이 13경기 남았다. 최주환은 “몸 건강히 다치지 않고 시즌을 마치는 게 목표”라며 “수비에서도 계속 좋은 활약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