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대한축구협회(KFA)와 수원FC도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려운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손준호(32·수원FC)에게 잠재하던 ‘리스크’가 끝내 터졌다. 손준호는 지난 11일 수원시체육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처음으로 자신의 리스크와 관련해 입을 열었지만 모든 의문이 말끔하게 해갈된 건 아니다. 오히려 승부조작 선수로부터 받은 20만위안의 출처를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물음표만 남겼다.

손준호는 산둥 타이산(중국) 소속이던 지난해 5월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됐다. 손준호는 10개월가량 조사 끝에 석방돼 지난달 25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확인된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였다. 하지만 당시부터 손준호는 입을 꾹 닫았다.

그렇게 손준호는 K리그 복귀를 추진했다. 손준호는 여름 이적시장이 시작되기 전, K5리그 건륭FC 등록을 원했다. 걸림돌은 없었다.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했고 대한축구협회(KFA)도 검토를 통해 그의 등록을 허가했다.

KFA는 손준호의 선수 등록을 허가하면서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어떤 과정으로 수용하게 됐는지에 대한 경위에 관해서는 함구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에게 영구 자격 정지 징계를 내리면서 결과적으로 KFA의 허가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이 됐다.

손준호 영입에 관심을 보였던 전북 현대는 거듭된 검토 끝에 그의 리스크를 확인, 최종 협상에서 영입을 철회했다. 연봉 등 조건에 대한 이견은 아니었다. 그만큼 축구계 관계자들은 손준호의 리스크를 어느 정도 인지해왔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 최고 기관인 KFA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몰랐거나 확인할 수 없었다면 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알고도 등록을 허락한거면 KFA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원FC와 최순호 단장도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최 단장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손준호의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라며 “그를 향한 리스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사실상 확언을 해왔다. 이미 전북에서 신중하게 검토하는 모습을 보고도 빠르게 의사 결정을 했다. 손준호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에이전트 박대연 대표도 “전북에서 제시한 계약 문구가 있었다. 그 문구를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최 단장은 대한민국 축구가 준호를 도와줘야 한다고 얘기했고 이적 절차가 빠르게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KFA는 중국축구협회로부터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손준호 징계를 통지했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수원FC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KFA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복수의 관계자는 큰 이변이 없는 한 FIFA는 중국축구협회의 결정을 인용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FIFA가 중국축구협회의 결정을 인용한다면, 국내에서도 책임자들이 줄줄이 발생하게 된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