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비난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1차전을 도루 실패로 허무하게 놓쳤음에도 동요는 없었다. 이게 지금까지 해온 야구고 승리하는 방법임을 다시 강조했다. 그렇게 사령탑의 뚝심과 함께 디팬딩 챔피언이 일어섰다. LG가 도루와 장타의 조화를 앞세워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LG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7-2로 승리했다. 1차전 패배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았지만 과정과 결과로 실패를 덮었다. LG 염경엽 감독부터 이를 강조했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선 취재진 인터뷰에서 1차전 9회말 대주자 김대원의 2루 도루 실패로 경기가 끝난 것을 개의치 않았다.
염 감독은 “우리는 하던 야구를 할 것이다. 포스트시즌이라고 다른 부분은 없을 것”이라며 “김대원이 도루를 성공하면 1루가 빈다. 박동원 타석이라 홈런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상대 포수 장성우가 그렇게 리드할 리가 없다. 바깥쪽으로 요구하거나 변화구로 장타는 어떻게든 피했을 것이다. 김대원이 도루하고 박동원이 볼넷을 골라 1, 2루가 되는 모습을 생각했다. 박해민 타석에서 승부를 보려 했다”고 1차전 마지막 공격 이닝을 돌아봤다.
실제로 2차전에서 똑같은 야구를 했다. LG는 지난해부터 ‘죽어도 뛴다’는 마음가짐으로 수많은 도루 성공과 실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또한 두려움 없이 베이스를 향해 몸을 던졌다. 2점차로 뒤진 3회말 나란히 안타를 날린 박해민과 문성주가 더블 스틸에 성공했다. 무사 1, 2루가 2, 3루로 바뀌었고 홍창기의 2루 땅볼, 신민재의 좌전 적시타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리가 움직이니 장타도 터졌다. 4회말 박동원이 결승타가 된 적시 2루타를 쏘아 올렸다. 타자가 출루할 때마다 엄상백은 주자를 의식해 투구 리듬이 흔들렸다. 박동원을 상대로 허무하게 한가운데 몰린 속구 실투를 범했다가 되돌릴 수 없는 결과와 마주했다. 문성주 또한 엄상백의 실투를 공략해 적시타를 날렸다.
특유의 빠른 카운트 공략도 주효했다. 1차전 8회말 타자 세 명이 초구를 공략해 순식간에 이닝이 끝났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3회말 신민재의 적시타. 4회말 박동원의 적시 2루타. 그리고 이에 앞서 나온 오지환의 내야 안타 모두 초구 혹은 2구를 공략해 나왔다.
도루를 실패해도 된다. 초구에 범타로 물러나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LG 특유의 과감함과 함께 타선이 폭발했다. 6회말에는 3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타선이 궤도에 오르니 마운드도 톱니바퀴를 맞췄다. 선발 임찬규가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도 기대에 응답했다. 팀을 위해 포스트시즌 중간 투수 보직 이동을 수락한 1선발 에르난데스는 1차전 2이닝 무실점에 이어 2차전도 1.2이닝 무실점했다. 에르난데스에 이어 김진성과 유영찬이 2이닝 무실점을 합작해 승리를 완성했다.
KT와 맞붙은 지난해 한국시리즈(KS)도 비슷했다. 접전 끝에 1차전에서 패했지만 2차전부터 타선이 살아났다. 2차전에서 역전승한 기세가 4연승으로 이어져 29년 한을 풀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과정을 거쳤지만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올해도 같은 엔딩을 바라본다. 물론 지난해처럼 KS 직행은 아니다. 준PO부터 멀고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한다. 그래도 일단 목표점인 가을 10승에서 시작점 1승을 찍었다. LG가 다시 한번 뜨거운 마지막을 만들고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