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 기자] 강민호(39)가 해냈다. 한국시리즈행 ‘멱살 캐리’를 선보였다. 삼성은 9년 만에 파이널 무대로 간다. 강민호는 개인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팬도 울었다. 강민호이기 때문에 그랬다.

강민호는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마음껏 웃었다. 1안타 1타점 1득점인데 귀하기 그지없었다. 안타 딱 하나인데 그게 홈런이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8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LG 두 번째 투수 손주영. 카운트 3-1에서 5구째 시속 147㎞짜리 가운데 높게 들어온 포심을 받아쳤다.

타구는 훨훨 날아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69.1㎞에 비거리 129m가 측정됐다. 잠실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넘겼다. 팽팽한 균형을 깨는, 1-0으로 앞서는 홈런이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통산 3호 홈런이다. 롯데 시절인 2011년 플레이오프 이후 13년 만에 가을 대포다. 1~3차전에서 11타수 2안타, 타율 0.182에 그쳤다. 이날 시원한 한 방으로 웃었다.

지난 2004년 롯데에 입단했다. 2024시즌까지 정규시즌 통산 2369경기 나섰다. 포스트시즌은 이번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30경기째다.

KBO리그 역사에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선수 중 최다 경기 출장’이라는, 썩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 정말 가보고 싶다. 진짜다”고 할 정도로 간절했다.

2024시즌 기회가 왔다. 팀이 정규시즌 2위에 올랐다. 강민호는 136경기에서 타율 0.303, 19홈런 7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1을 기록하며 크게 힘을 보탰다. 39세 시즌이지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가을에도 터졌다. 1~3차전은 아쉬웠다.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터뜨렸다. 포수로서 투수와 호흡도 절묘했다. 자기 힘으로 한국시리즈로 가는 길을 열었다. “이 자리까지 정확히 21년 걸렸다”며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도 떼고 싶다”고 했다.

팬들도 감동 그 자체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김병현씨는 “강민호이기 때문에 감동이다.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 정말 짜릿한 홈런이 터졌다”고 말했다.

역시나 잠실 현장에서 응원한 정의혁씨 또한 “순간적으로 왈칵 눈물이 났다. 드디어 강민호 선수가 한국시리즈에 가는구나 싶더라. 기쁨의 눈물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LG와 꽤 만만치 않은 플레이오프를 마쳤다. 그래도 이겼다. 광주로 간다. 상대는 기다리고 있는 KIA. 마지막 무대다. 강민호가 여기서도 날아오를 수 있을까. 삼성의 최종 성적도 달렸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