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배우 김대명이 가진 미성은 작품에 탁월한 기능을 한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 다리 폭파범 박신우 역 목소리는 기존 서스펜스 관념을 깼다. 관습적인 굵은 테러범 목소리 대신 ‘쨍’하고 얇은 목소리로 공포를 강화했다. 558만명이란 관객 스코어 기폭제였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020~2021, 이하 ‘슬의생’) 산부인과 의사 양석형 목소리는 섬세한 성품을 대변했다.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는 내레이션은 난임부부에 큰 위로였다.

김대명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착한 사람, 선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요즘 많이 느낀다”며 “예전에는 능력치가 높은 사람이 좋았다. 지금은 내가 응원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시너지가 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슬의생’으로 조정석, 전미도, 정경호, 유연석을 만났다. 이들과 만든 ‘미도와 파라솔’로 음반도, 뮤직비디오도, 캠핑 예능까지 가는 연속성으로 이어졌다.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2024)엔 땐 다 같이 달려가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김대명은 “이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좋은 사람들끼리 꺼내볼 수 있는 걸 만드는 게 재밌다”고 밝혔다.

인생에서 ‘슬의생’이 남긴 흔적이 크다. 김대명은 “‘슬의생’ 신원호 PD를 만나면서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이렇게 팀원이랑 스태프가 같이 잘 지내는 게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 게 더 행복한지 기준점과 가치관을 정해줬다. 누군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다 같이 끌어올려서 같이 갈 수 있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배우는 숫자로 평가받고 다음 작품 부름을 받는다. 이런 직업적 시름을 잊게 하는 건 사람이다. 김대명은 “배우가 되길 잘했다는 게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라며 “인생에서 제일 많이 남는 건 사람이다. 내가 배우가 아니면 저런 사람을 어떻게 만났을지 그런 생각을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80년생’으로 이뤄진 팔공산 모임 또한 배우 생활이 남긴 결과물이다. 김대명을 비롯해 김남길, 김성균, 박지환, 양준모, 윤경호, 조정석, 진구까지 8명은 자주 만난다. 40을 훌쩍 넘긴 이들은 탈모와 건강 같은 일상 주제가 안줏거리다. 김대명은 “이젠 서로 뭐가 돼야겠다는 얘기는 안 하는 거 같다”며 “서로 시답잖은 일상 얘기를 한다”고 했다. 이젠 성장과 생존 단계는 넘어섰단 뜻이다.

김대명이 가진 큰 눈망울이 일렁일 때 감정이 휘몰아친다. 드라마 ‘미생’(2014) 김동식 대리부터 누아르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2024) 형사 이동혁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각기 다른 비주얼을 보여준 건 눈빛이 가진 힘 덕택이었다.

“이전까지는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과 닮아있는 캐릭터가 많았죠. 누아르 장르물도 좀 더 잘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게 해보고 싶고요. 아직은 물음표에요. 어느 순간에 느낌표가 돼서 전달됐으면 해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