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광야는 제 새로운 꿈이었다. 늘 그래왔듯이 저는 미래를 향해 간다.”
지난해 3월 이수만 프로듀서가 자신의 이름을 따 창립했던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며 한 말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최근 신생 A2O엔터테인먼트(이하 A2O)로 대중음악계 복귀를 전격 표명했다. K팝을 선도해온 그가 또 한 번 가요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난달 25일 유튜브 등을 통해 ‘A2O 루키즈 ‘잘-댄스 컴필레이션 V1′ 오피셜 비디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에는 A2O 소속 중화권 보이그룹, 걸그룹 연습생들의 댄스가 담겼다. 또한 영상 말미에는 ‘프로듀스드 바이 S.M LEE’ 소개 자막도 달려 이수만 프로듀서가 직접 프로듀싱한 이들임을 명시했다.
A2O는 이러한 해외 소재 본사와 지사에서 다양한 국적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A2O에 따르면 루키즈가 성장함에 따라 LTB 그룹의 A2O 루키즈는 HTB로, LTG 그룹의 루키즈는 HTG로 전환하게 된다. HTG는 16살 이상의 멤버들이 소속된 걸그룹이며, LTG는 15살 이하의 멤버들이 소속된 걸그룹 시스템이다. HTB는 16살 이상 보이그룹, LTB는 15살 이하 보이그룹이다. 이들의 데뷔 시점은 알리지 않았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복귀 소식을 전한 건 지난해 3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떠난 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난해 초 SM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자신이 소유했던 SM 지분 14.8%를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에 지난해 2월 10일 매각했다.
이후 하이브가 SM 인수를 시도했으나 지난해 3월 하이브가 인수 절차를 중단하면서 SM 경영권 분쟁은 끝이 났다.
이수만의 SM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그가 복귀를 선언하면서 K팝의 새로운 지평을 열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SM 창립자로서 이수만 프로듀서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는 K팝의 초석을 닦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약 30년간 이수만은 H.O.T, S.E.S, 신화,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엑소 등 수많은 한류스타를 발굴했고 최근까지도 NCT, 에스파 등을 통해 녹슬지 않은 혜안을 보여줬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난해 3월 SM을 떠나면서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K팝은, K팝을 넘어 세계와 함께하는 글로벌 뮤직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세계가 함께 하는 음악의 세상은 기술과 음악의 접목이어야 하고, 그것의 목표는 지속 가능한 세상에 대한 기여”라고 자신의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이번 복귀로 선보일 음악을 K팝이 아닌 잘파세대(Z세대+알파 세대)를 겨냥한 ‘잘파 팝’(Zalpha-Pop)이라고 명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잘파팝으로 돌아오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정체기라고 평가받는 K팝에 새로운 시대를 열지 기대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수만은 SM에서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할 당시 ‘광야’라는 세계관 아래에 온오프라인 공간을 망라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K팝의 발전 방향을 제시, ‘나무심기’, ‘지속가능성’ 등의 메시지 등을 제시했으나 다소 난해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SM만의 짙은 색을 만들어온 만큼, 이를 벗어난 색깔을 선보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또한 이수만의 복귀가 그가 지난해 하이브와 맺은 ‘경업금지 약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수만은 작년 2월 하이브에 보유 SM 주식을 매각하면서 ‘3년간 국내 프로듀싱 금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와의 경업금지 약정에 따르면 이수만은 2026년 초까지 국내에서 음악 프로듀싱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수만 측은 A2O를 통한 신인 데뷔가 경업금지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A2O는 우리나라가 아닌 싱가포르에 본사를, 미국·일본·중국에 각각 지사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jayee212@sportsseoul.com